영장 청구 5시간만에 발부/검찰·법원·안양교도소 주변
수정 1995-12-03 00:00
입력 1995-12-03 00:00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는 2일 전두환 전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자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서는 등 강경 분위기 일색이었다.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하오 6시10분쯤 서울지법 당직실에 접수됐으며 수감장소는 안양교도소,영장의 유효기간은 12월31일까지로 기재.
구속영장이 접수되자 곧바로 심리에 들어간 형사 항소3부 신흥철판사는 『대통령이든 누구든 법 앞에서는 평등한 만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소감을 피력.
○…신판사는 이날 검찰이 청구한지 5시간10여분만인 하오 11시23분쯤 전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직 판사로서 원칙에 따라 영장을 발부했다』고만 밝혔다.
신판사는 영장발부 사유에 대해 『12·12가 군사반란인지 여부에 대해 전씨는 답변서를 통해 「합수부의 정당한 직무수행이었다」고 범행을 부인한 바 있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판단했다』고 설명.
○‥검찰이 영장에 첨부한 「12·12사건 수사기록」은 1만5천여쪽에 커다란 보자기로 5뭉치나 되는 방대한 분량.
24권으로 이루어진 수사기록은 「정승화 내란방조건(공판기록)」(11번째권),「피의자 대법원재판기록」(16〃),「김재규 등 내란사건기록」(21권〃) 등으로 구성됐으며 6번째권에는 허삼수·성환옥·이종민·최석립·이상상·송응섭·정동호·구창회·이학봉·고명승·장기오·최세창씨 등 12·12사건 피고소·고발인들의 진술조서가 포함.
○…3일 0시쯤 3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전씨가 머무르고 있는 경남 합천으로 급파된 압송팀 9명은 내려가자 마자 전씨에게 구속영장을 보여주고 곧바로 집행,빠르면 3일 상오 안으로 안양교도소에 수감시킨다는 계획.
검찰은 압송 과정에서 생길수 있는 물리적 충돌 등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경남 합천 관할 창원지검 거창지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현지 주민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도 상당한 신경을 쓰는 모습.
한편 이종찬 본부장은 이날 노태우 전대통령에 대한 12·12 사건 첫 방문조사와 관련,『수사기밀이므로 절대 밝힐수 없다』고 했으나 「노씨가 진술을 성실히 했나」라는 물음에 『오늘 조사에서 진술을 좀 받았다』고 말해 노씨가 새로운 사실을 털어놓았거나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음을 암시.
○…최환 서울지검장은 3일 0시5분쯤 기자실에 잠깐 들러 『당초 검찰은 전씨를 밤샘조사한 뒤 다음날 귀가시키고 5·18특별법 제정등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에 사법처리할 계획이었다』면서 검찰의 전격적인 사전구속영장 발부는 순전히 전씨의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
최검사장은 이날 『그분(전두환씨)으로 봐서는 검찰의 소환을 받고 2일 낮에 나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는데…』라고 말문을 연뒤 『김기수 검찰총장과 내가 전씨의 변호인인 이양우 변호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검찰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었다』고 설명.
○…이날 안양교도소는 미결수사동 중 독거실을 선정,난방장치 등 소내 시설을 긴급 점검하는 등 33년 교도소 역사 이래 최고의 거물급 인사인 전씨의 수감에 대비.
교도소측은 『감방은 1평에서 4평까지다양하나 방의 크기가 정확한 등급으로 나눠지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전씨의 경우 3평 가량의 독거실에 수감될 것』이라고 설명.
교도소 직원들은 『과거 이철희씨 등 거물급을 다룬 경험은 있지만 전직 대통령은 처음이라 처우에 고심하고 있다』면서 『교도원 인력이 부족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노씨 처럼 3명이 한조를 이뤄 3교대로 24시간 밀착 계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
안양교도소는 서울구치소와 달리 난방시설이 전혀 돼 있지 않으며,매트리스외에 수감자가 요청할 경우 담요와 이불이 3장까지 지급되고 특별한 경우 조그마한 보온물통이 지급된다.
○…검찰은 상오 9시 전씨의 성명 발표를 듣고 하오 11시까지 일체 향후 대책을 밝히지 않다가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11시30분쯤 간략한 브리핑을 통해 노씨에 대한 조사계획만을 공개.
이 때까지만 해도 이날은 노씨에 대한 조사로 끝날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하오 2시쯤 추가 브리핑 계획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전.<박상열·박은호 기자>
1995-1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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