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월스트리트저널 제소방침 안팎
기자
수정 1995-11-24 00:00
입력 1995-11-24 00:00
정부는 23일 한국관리들이 모두 「떡값」을 받는 것처럼 보도한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에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구키로 했다.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사가 지난 22일자 아시아판과 21일자 미국판에 실렸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 할 만큼 발빠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문의 한국주재 특파원 스티브 글랜이 쓴 기사의 내용은 한국재벌들은 추석·크리스마스·설날 등 1년에 세차례 명절때 각료들에게 5백만원에서 1천5백만원에 이르는 이른바 「떡값」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고위관리들은 한해에 최고 10억원까지 챙기고,하위관리들도 수천만원을 모은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다.
정부가 월 스트리트 저널의 이같은 보도에 대해 즉각 법적 대응방침을 밝힌 것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전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점과 관계가 깊다는 관측이다.
사실 김영삼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전대통령의 부정축재사실이 밝혀진 것도 금융실명제 등 문민정부가 추진한 일련의 개혁정책의 결과인 것으로 설명해왔다.이와 함께 문민정부는 돈문제에 관한 한 과거정권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도덕성」이라는 문민정부와 과거정권의 차별성을 송두리째 부정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보도내용이 알려진 22일 하오 기사를 쓴 당사자인 글랜기자에게 전화로 정정보도를 요청한 뒤 23일 상오에는 월 스트리트 저널 본사와 이 신문 아시아지사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글랜기자는 『증거가 있다』면서 우리측의 요구를 거절한 뒤 거듭된 정정요구에 우리 정부나 관계공무원이 사실을 부인하는 독자투고를 주선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한다.
정부는 일단 월 스트리트 저널측에 다시 한번 구두와 서한으로 강력히 정정보도를 요구키로 했다.
정부는 그러나 24일에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공보처장관명의로 서울지검에 형사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일단 민사소송은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정부의 법적 대응인 만큼 「명분」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것이다.<서동철 기자>
1995-11-24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