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 비자금 폭로」 1개월/노주석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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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11-20 00:00
입력 1995-11-20 00:00
불과 한달이지만 사건기자로서는 평생겪을 분량의 엄청난 경험을 했다.
전직대통령과 「나는 새도 떨어 뜨리는」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구속집행장면은 물론 36명의 국내굴지의 재벌총수들이 줄지어 검찰청사로 불려 나와 설렁탕으로 식사를 때우며 날밤을 새워 조사받고 귀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노씨가 지난 27일 대 국민사과를 통해 『재임기간 중에 5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밝힐 때만해도 사건의 파장이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번질줄은 솔직히 상상조차 못했다.
지난 1일 국민의 여론에 굴복한 노씨가 검찰의 직접 조사를 받기 위해 소환되었을 때는 벅찬 감회와 함께 어리둥절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사건의 주인공인 노씨가 지난 16일 구속되고서도 사건은 「종점」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번지고 있다.
사건은 「노씨구속 이전」과 「노씨구속 이후」로 이분화된 느낌이다.
「구속이후」 제1막의 주인공은 이원조 전의원·금진호 의원·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될 것같다.특히 수사선상에 오른 이씨는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대폭발의 뇌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구속이후」를 바라보는 국민들과 일부 정치권의 생각에는 뚜렷한 시각차가 상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국민들은 검찰이 이 사건을 한점 의혹없이 낱낱이 해소해 깨끗한 정치,돈안주는 기업풍토를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하지만 일부 정치권은 「정치적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인상이다.「3김시대의 청산」 「정계개편 시나리오」 「총선·대선용 정치사정」같은 말이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한달내내 사건현장을 지킨 기자의 생각은 이번 사건이 정치적 협상의 부산물이었던 바로 6년전 「5공청산」의 확대 재편으로 끝나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노주석 기자>
1995-1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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