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는 소환」 후속처리에 촉각/노씨 비리수사­재계 표정·대응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5-11-10 00:00
입력 1995-11-10 00:00
◎“조사 끝나서 후련” 대부분 분위기 차분­삼성·LG/“출두 미뤄 괘씸죄 걸리지 않을까” 걱정­대우·롯데

노태우 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재벌총수 수사가 중반으로 치달은 9일 각 기업들은 「예외없는 소환조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검찰의 후속 처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성,LG,동아 등 총수의 소환조사가 끝난 그룹들은 『차라리 후련하다』는 분위기였으나 앞으로 소환될 기업과 총수의 해외체류 등을 이유로 소환을 미루고 있는 기업들은 오히려 불안해하며 초조한 반응을 보였다.

○소환조사 끝난 기업

조사를 마친 그룹총수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곧바로 일상업무에 복귀했다.8일 총수의 소환조사가 끝난 삼성과 LG그룹은 9일 외관상으로는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 지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조용했다.

평소에도 그룹 본관에는 잘 출근하지 않는 이건희 삼성회장은 9일에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머물며 피로를 풀었다.월요일과 수요일에만 보통 그룹으로 나오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이날 여의도의 사옥인 트윈타워에 출근하지 않았다.구명예회장은 전날 검찰에서 가장 빨리 나온뒤 저녁에는 친지들과의 모임에 참석했다.평상시와 특별히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이날 소환된 총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귀가,검찰이 고령의 나이를 배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정회장은 소환 3시간 50분만인 하오 5시38분에 검찰조사를 마치고 조사내용에 대해 주변에 일체 밝히지 않은 채 곧바로 계동 자택으로 가 휴식을 취했다.그룹 임원들은 이날 아침 정명예회장이 소환되기 전부터 폭탄선언 등의 돌발사태를 우려하는 눈치였으나 별 문제없이 귀가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한 관계자는 『조사시간이 짧은 탓인지 혈압이 높아지는 등 건강이상의 징후는 없었다』며 『예상보다 빨리 조사가 끝난 것은 6공과 악화된 관계 덕분에 뇌물관련 부분에 조사할 것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

김석원 전 그룹회장(민자당 달성지구당 위원장)이 이날 검찰에 소환된 쌍용그룹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다.김전회장은 문인기 보좌관 등 일부 측근과 함께 검찰에 출두했으며,사전에 법률고문과 답변연습도 하지 않았다는 게 쌍용쪽의 설명이다.

박건배 회장이 소환된 해태그룹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정경유착의 의혹을 받고 있지 않아 별로 충격을 받지 않는 모습.그룹 관계자는 『그룹이 최근 나우정밀과 지난 해 인켈 등을 인수,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혹시 인수 자금원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효성그룹도 조석래 회장의 소환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그룹 관계자는 『효성은 6공기간 중 매출액 기준으로 11∼12위권을 유지하다 지난 해는 오히려 16위로 떨어졌다』며 항간의 특혜 의혹을 일축하고 조회장의 소환을 「단체기합」 정도로 해석.

장치혁회장이 소환된 고합그룹은 노씨가 대통령 시절 특별히 사업을 확장한 일이 없었고 단순히 의례적인 떡값 정도를 제공한 것이라면 몰라도 뇌물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신명수 회장이 노씨의 부동산구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동방유량은 매우 초조한 분위기.동방유량의 한 관계자는 『회사장래가 걱정돼 상당수 직원들이일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소환조사 예정 기업

10일 김선홍 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는 기아그룹의 한 관계자는 『다들 검찰에 불려가니까 가는 것일 뿐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도 『떡값은 줬지만 6공 때에는 특혜를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원그룹은 검찰이 임창욱 회장을 소환한 데 대해 『그동안 특혜설이 제기된 적도 없고 비자금 실명전환에 관여하지 않은 것도 확실하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러나 그룹측은 지난 8월 대한투자금융을 성원그룹에 팔아 임회장이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다 박은태 의원(국민회의)으로부터 거액을 갈취당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최근들어 각종 구설수에 올라 이번 소환에 신경을 쓰는 눈치.

검찰의 소환을 받고도 총수의 해외출장 등 이유로 소환을 미루는 그룹들은 「괘씸죄」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

지난 2일 귀국일정을 돌연 변경,폴란드로 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오는 14일 후에야 귀국할 예정.그룹측은 『대통령 선거등 현지 정국이 혼미한 상태로 바뀌면서 11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회사(FSO)의 인수를 마무리짓기 위해 체류 중이며 오는 14일 최종 인수 서명식을 마치고 귀국할 것』이라고 말해 항간에 나도는 장기외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본 도쿄에서 일본 롯데 업무를 지휘하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은 다음 달 중순께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앞당겨 귀국한다는 원칙만 세워놓은 실정.한 관계자는 『30대 재벌 총수들과 같이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는 것이 타격이 작을 것 같아 신회장의 조속한 귀국을 건의했다』며 『그러나 최근 신경통이 심해지고 있어 확실한 귀국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밝혔다.<곽태헌·김균미·오일만 기자
1995-11-10 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