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부패(외언내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5-11-03 00:00
입력 1995-11-03 00:00
구글에서 서울신문 먼저 보기
인간사회에 나타나는 부패현상의 양으로 볼 때 사회과학분야로서의 「부패학」이 마땅히 성립돼 있어야 함에도 아직은 없다.

정치학에서는 권력의 비합리적·도덕적 일탈행위로 설명하고 있고,행정학에서는 제도적 취약성에서 오는 부산물정도로 파악한다.기능주의 입장이라는 것도 있는데 부패행위의 결과와 효과를 중시하면서 개발도상국에서는 근대화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갖는다.

정황이 이러므로 그 실체에 대한 개념정리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부패의 유형만 이럭저럭 구분한다.권력남용형·공사무분별형·개인형·조직형·거래형성형등이다.근자에 체념형 부패와 심리적 부패라는 개념이 대두돼 있다.체념형 부패는 70년대 등장한 후기기능주의시각으로 어느 사회 어느 나라든 존재하는 현상이므로 이를 필요악쯤으로 보자는 입장이다.

부패의 논의는 대부분 외형적으로 부패행위가 드러날 때 나타난 부분에 대해서만 하게 된다.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그러한 행위를 하게 한 내면적 의식이다.따라서 의식의 부패를 보다 심층적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이 심리적 부패론의 주장이다.

권력남용·공사무분별 등의 부패는 정권의 몰락,공신력의 추락,불신풍조,사회적 기강해이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심리적 부패는 광범위한 사회현상으로 더 큰 역기능을 만든다.권력만능풍조와 물질만능주의의 배경에 있는 것도 바로 국민적 차원의 심리적 부패현상이다.



세계적 관심사가 되어버린 「한국의 비자금」사태에서도 우리 모두의 심리적 부패수준을 점검해보는 일이 더 심각한 과제일지 모른다.5천억원이라는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엔 비리가 아니었던 것도 아니고,이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분노를 참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드러나지 않고 들키지만 않으면 비자금도 있을 수 있고 부패할 수도 있다는 은연중의 암묵이 우리 모두의 일상적 윤리로 너무 오래 굳어져오지는 않았는가를 철저하게 각자가 반성해봐야 한다.<이중한 논설위원>
1995-11-03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