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내세운 우화소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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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11-02 00:00
입력 1995-11-02 00:00
◎「대머리 원숭이」­동물만 못한 인간 우매함 질타/「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정치적 명분의 허망함 꼬집어

시끄러운 세상을 비틀어 보여주는 우화소설 두권이 관심을 끈다.「인터넷에 들어간 대머리 원숭이」(실천문학)와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문학동네)이 그것.유럽 계몽주의의 산물인 이 책들은 인간세상의 위선과 분탕질을 은근한 거리를 두고 비춰봄으로써 더욱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정치풍자만화가인 그랑빌의 「인터넷∼」은 동물과 곤충의 생태를 의인화해 인간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솝우화를 연상시킨다.인간의 박해에 분노,국제회의를 소집한 동물들은 캥거루의 모성애,나이팅게일의 노래,구걸을 하느니 굶어죽는 곤충의 자존심 등 동물왕국의 덕목을 조목조목 내세워 하등동물보다 열등한 인간의 오만함을 공격한다.

18세기 독일 인문주의자 뷔일란트 원작을 레온하르트가 고쳐쓴 「당나귀∼」는 고대 그리스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당나귀 그림자를 둘러싼 재판이 어처구니 없는 국가적 싸움으로 번져가는과정을 그리고 있다.당나귀를 빌릴때 그림자도 포함되느냐를 두고 온 국민이 두파로 갈려 전쟁일보직전까지 치닫는 상황을 통해 지은이는 정치적 명분의 허황됨을 드러낸다.

두권 모두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로 풍자의 생생함을 더한다.
1995-11-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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