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비자금 파문­여권의 정국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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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10-25 00:00
입력 1995-10-25 00:00
◎“전화위복 계기 삼자” 정공법 대응/“두려울것 없다” 국민의혹 해소 초점/진상규명 넘어선 정치쇄신도 겨냥

여권은 앞으로 6공 비자금 정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민자당은 그동안 거듭 성역없는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여당답지 않은」 대응으로 일관해 왔다.겉다르고 속다른 대응이 아니라 진심으로 엄정한 수사를 기대하고 있다.김영삼 대통령의 철저한 수사지시에도 힘입은 바 크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달리 야당들도 인정하고 있다.한 당직자는 격려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처음 비자금사건이 터졌을 때 민자당은 이를 「악재」로 판단했다.진위여부를 떠나 국민들의 의혹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하는 우려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위기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자인 이현우 전 경호실장이 비자금의 존재를 밝힘에 따라 상황은 달라졌다.사건해결의 열쇠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는 데 맞춰 나가고 있다.민자당이 노전대통령측에 『의혹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 두번 죽지 않는 길이다』라고 충고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비자금사건에 대처하는 여권의 입장에 대해 『위기는 곧 바로 기회』라고 설명했다.검찰수사결과 비자금 1백85억원이 추가로 드러났듯이 앞으로도 철저히 수사하고 있는 것을 보여 준다면 국민들도 납득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지금은 마치 고구마줄기를 잡아당기 듯 수사를 해 나갈수록 여야 가릴 것 없이 줄줄이 비리가 쏟아져 나올 것처럼 얘기들을 하지만 사실은 여권이 크게 두려워 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설사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의 일부가 여당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왔다해도 이는 현정권이 타격을 입을 정도가 아니라고 공언하기도 한다.덮어둬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문제의 비자금 가운데 야당에 흘러들어간 규모를 넘지 않는다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철저한 수사에 대해서는 민자당의 계파 사이에 시각차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민정계인 김윤환 대표위원,민주계인 강삼재 사무총장,최형우 의원등도 다같이 철저한 수사에 대해 이견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한 민주계인사는 『대부분의 민정계인사들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철저히 규명하지 않으면 민자당의 앞날은 없다는 공동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자당은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 후속대응 조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상황에 따라 노전대통령에 대한 직접수사가 필요하다면 검찰에 이를 촉구하기도 하며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조사도 굳이 피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방침을 정하고 있다.은근히 노전대통령측의 납득할만한 사과와 해명,비자금의 자진처리 및 거취표명 등을 촉구하는 압력도 가해지고 있다.5공청산 때처럼 이를 계기로 과거정권과의 단절을 강조하는 강경그룹들도 있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여권의 대응을 좀더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 달라고 주문했다.그는 『이번 사건이 비록 여권의 악재로 시작됐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다는 여권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강조했다.이는 여권이 단순히 비자금사건의 진상규명 뿐 아니라 정치쇄신,여야를 망라한 세대교체 및 물갈이,금융실명제의 정착 등을 종합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김경홍 기자>

◎「비자금 파문」 야권의 전략/“메가톤급 호재” 총선까지 이어가기/국조권·청문회 통해 집요한 추궁 모색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을 대하는 야권의 뇌리속에는 내년 총선이 자리하고 있다.이번 파문을 총선승리에 더할 나위 없는 메가톤급 호재로 보고 있다.6공과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현정권에 어떤 식으로든 치명타를 안기겠다는 생각이다.까닭에 이번 노전대통령 비자금 파문을 총선정국으로 전환되는 내년초까지 집요하게 이어간다는 생각이다.

야권은 이번 비자금 파문이 정부여당에 미칠 악영향을 크게 서너가지로 꼽고 있다.우선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파헤쳐지는 족족 여권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민자당이 6공의 연장선 위에 있는 만큼 노전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은 곧 민자당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리라는 계산이다.

6공인사들이 여권에서 대거 이탈하는 상황도 점치고 있다.검찰수사가 일정수위를 넘어서 6공 전체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나마 현정권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6공인사들이 집단반발,현정권에 「총구」를 겨눌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다만 현재의 민자당안에는 6공 핵심인사들이 거의 없어 민자당의 「궤멸」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이번 파문을 대하는 현정권의 의지가 과거 그어느 때보다 단호한 점을 감안할 때 자칫 여권의 대응여하에 따라서는 비자금파문이 내년 총선에서 기대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기는 커녕 자칫 역작용을 일으킬 소지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회의와 민주당 등 야권은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속속 입수되고 있는 비자금관련 제보를 바탕으로 당분간 자체조사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이미 민주당은 24일 「노전대통령 4천억원 비자금 진상조사위」(위원장 강창성)를 소속의원 15명으로 보강,자체조사에 나섰다.

검찰수사로 노전대통령 비자금의 전모가 드러나기는 어렵다는 전제 아래 어느 단계에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 곧바로 국정조사권을 발동한다는 계획이다.이미 민자당도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한 만큼 국정조사에 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국민회의는 국정조사를 통해 노전대통령 등을 소환,사실상의 「6공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여공세를 통한 국민회의와 민주당의 선명성 경쟁은 더욱 비자금파문을 달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한 고위장직자는 24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이 여권뿐 아니라 야권에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흘러들어갔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해 표적이 여권만은 아님을 시사했다.<진경호 기자>
1995-10-2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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