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외무부 「망언대응」/이도운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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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10-13 00:00
입력 1995-10-13 00:00
무라야마 총리의 망언에 대한 법리적,논리적 비판은 계속 깊이있게 들어가다 보면 한일합방조약의 성격이 모호하게 규정된 한일기본조약을 개정하는 문제로까지 다다르게 된다.체결 당시부터 문제를 안고 있는 한일기본조약 때문에,답답하지만 무라야마총리등 일본 고위층의 끊이지 않는 망언들을 잡초 뽑듯 시원스레 해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제는 무라야마 망언을 자꾸만 「별것 아닌 문제」로 접어두려 하는 외무부 관계자들의 태도다.
일본관계를 맡고 있는 한 당국자는 무라야마 발언 내용이 『지난 65년과 86년에도 이미 나왔던 얘기』라면서 『그 때문에 무라야마 발언이 일본에서는 기사화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그릇된 역사관이지만 이미 기정사실화했으니 거론할 가치가 없다는 논리인 셈이다.
외무부의 항의논평이 무라야마 총리가 참의원 본회의에서 발언한지 닷새나 지난 뒤에야 나왔음은 국민들에게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논평문도 『이 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매우 소극적인 한 문장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외무부는 『정부까지 흥분하면 한일관계는 파국으로 간다』며 미래지향적으로 앞날의 관계만을 강조하면서 『일본인들은 우리 정부가 약하게 대응하고,국회에서 혼이 나면 날수록 고마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한일 관계를 우리의 노력이 아니라,일본측 선의에 의존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또 이는 『과거정리 없이는 미래의 발전도 없다』고 분명히 말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인식과도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외무부의 태도가 이런 정도니 일본 외교관이 우리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12일 공노명 외무부장관은 무라야마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야마시타 신타로 일본대사를 불렀다.
야마시타대사는 총리의 발언록 사본을 건네주며 『잘 읽어보면 발언 취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은 정치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유감스럽게도 그 변화의 방향은 과거의 제국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일본의 과거 인식에 대한 정부의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5-10-1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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