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동체사회 TV가 망쳤다”/푸트남 하버드대 교수 주장
수정 1995-09-08 00:00
입력 1995-09-08 00:00
「TV가 튼실하던 미국 공동체사회의 천을 갈갈이 찢어 넝마로 만들었다」는 정치학자의 주장을 워싱턴포스트지가 2일 크게 보도했다.
포스트지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열린 미 정치학회 연례학술총회에서 로버트 푸트남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50년대 TV가 미국에 대중적으로 도입되면서부터 사회적 신뢰감와 단체참여 행동이 다같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한 국가의 「사회적 자본」을 지탱해주는 두 기둥인 공동체 구성원간의 신뢰감과 단체활동에의 참여도가 수십년 동안 계속 감소한 가운데 이에 대한 원인으로서 몇몇 요인이 제시되었지만 통계적 조사방법을 통해 연구한 결과 다름아닌 TV가 이같은 미국 시민문화의 쇠락을 가져온 주범으로 지목된다는 것이다.
지난 한 세대(30년) 동안 정치적인 성격은 물론 혈연·지연·학연의 우애단체,교회,취미 동호인회 등을 총망라해서 모든 종류의 단체에 참여하고 가입하는 미국인의 비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감소해 왔다고 말한 푸트남 교수는 이어 이같은 감소와 함께 「생면부지의 사람,사회적 동료,친구가 나쁜 속셈보다는 자기에게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의 반영인 신뢰감이 미국인들 사이에 급격히 쇠퇴했다고 강조했다.서로를 믿는 마음가짐과 시민적 참여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주장한 그는 이 두 덕목의 지속적 감소 현상은 이혼율의 증가라든가,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주거이동의 변화 증가,복지제도 확대,지난 73년 이후의 경기정체,주거의 교외화 등으로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예로 40년부터 60년에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들은 시민적 참여도가 낮지만 이들은 이혼율 증가,맞벌이 가족,경기정체 현상 이전세대라는 것이다.결국 보유율이 50년의 10%에서 58년의 90%로 단숨에 늘어난 TV의 이례적인 폭발적 도입이 「수상스러워 보인다」면서 TV시청시간과 단체활동 참여도및 사회적 신뢰감 사이에는 부정적 상관관계가 모든 계층에서 뚜렷하게 추적된다고 푸트남 교수는 강조하고 있다.
한편 푸트남 교수에 따르면 신문 열독의 경우는 신뢰감·단체활동과의 상관관계가 TV와는 정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을 많이 읽는 사람일수록 신뢰감이 풍부하고,TV를 많이 볼수록 남을 별로 믿지 않는다』는 결론이다.<워싱턴=김재영 특파원>
1995-09-0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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