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우롱한 사기선행(사설)
수정 1995-09-01 00:00
입력 1995-09-01 00:00
자선을 빙자한 희대의 사기꾼이 「소쩍새 마을」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아래 미혼모·고아·정박아 등 2백여명을 볼모로 14년동안 사기행각을 벌였다니 우리사회가 이토록 허술한지 기가 찰 노릇이다.우리가 비애감을 느끼는 것은 사기꾼이 사회사업가로 미화되고 양두구육의 행동을 하는데도 한번도 검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사기꾼이 89년이후 5차례나 TV방송에 출연해 사회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돌보고 있는 자기희생의 인간드라마를 털어 놓았을때 많은 국민들은 감동하고 인정이 살아있음을 흐뭇하게 생각하기까지 했다.불교신자를 중심으로 7만여명이 십시일반의 정성으로 한푼한푼 1백20억여원의 후원금을 냈으나 일부만 재활촌의 선전용으로 쓰이고 1백여억원은 사기꾼의 비밀계좌로 들어갔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각박하고 이기적인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기 희생적인 인정과 봉사에 메말라 있다.이런 미담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흐뭇함과 기쁨을 솟구치게 한다.이 때문에 언론은 미담기사를 발굴하기 위해 힘쓰며 이를 비중있게 다룬다.이번 사기극도 이같은 현대인의 심리를 악용한 범죄라고 하겠다.처음 「소쩍새 마을」의 미담이 방송되자 인근 주민들의 항의가 있었으나 방속국들은 사기성 미담을 경쟁적으로 확대재생산해 상처의 골을 깊게 만들었다.언론은 앞으로 미담 사례의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도망간 범인의 신병을 빨리 확보하고 처벌해야 하지만 유사한 범행의 재발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관계기관은 사설 복지시설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기성 시설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1995-09-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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