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회담과 대북 경협원칙/구본형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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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7-21 00:00
입력 1995-07-21 00:00
『남조선은 동족과의 접촉·대화마저 범죄시되는 극단적인 폐쇄사회·인권지대로 전락했다』

북경에서 열린 남북 쌀관련 2차 차관급회담이 끝난 19일 북한이 평양방송을 통해 행한 극렬한 대남 비방의 일부이다.

물론 내용 자체가 적반하장이라고 할 정도로 터무니없이 왜곡됐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더욱 심각한 사실은 이같은 비방이 우리측 이석채대표가 합의내용을 발표하는 시점에 터져나왔다는 점일 것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의 성과를 놓고 북한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하지만 회담대표단의 일원이었던 한 관계자는 20일 『쌀지원문제 뿐만 아니라 인도적 문제(우성호선원 송환)와 경협문제를 함께 협상테이블에 올린 것 그 자체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그동안 당국간 회담에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을 보여온 북한의 자세를 「교정」하는데 성공한 만큼 8월10일 열릴 3차회담에서는 뭔가를 기대할 만하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대북 정책 총괄·조정 부서인 통일원의 대체적 분위기인 듯하다.나웅배통일부총리도 19일『남북 불신의 골이 깊은 것은 사실이나 대북 압박정책 보다는 교류협력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나가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시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남북한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통일을 추구해야 하는 동반자 관계이지만 아직도 체제경쟁적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 이른바 「상황의 이중성」속에 놓여있다는 게 중론이다.따라서 접촉을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우리측이 불만족스럽더라도 협상의 고리는 무조건 계속 걸어둬야 한다는 시각은 남북관계의 한쪽 측면만을 보는 단견일 수도 있다.



요컨대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있는 우리측이 대북 경협등에 인색할 필요는 없으나,그 경우에도 지켜야할 원칙은 철저히 고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 서독정부도 동독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아끼지 않았으나 인권이나 원칙문제에는 항상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예컨대 동독 호네커정권이 서독TV 시청을 막기 위해 수신방식을 바꾸려 하자 서독측은 외환지원을 끊겠다고 압력을 넣어 이를 무산시킨 전례를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995-07-2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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