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의 조순 후보 지원/야합인가 공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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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24 00:00
입력 1995-06-24 00:00
◎판세변화 미지수… 선거후 「연대」에 관심/유신세력과 손잡아 야성표 상실 부담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가 23일 서울시장선거에서 민주당 조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양당의 공조여부가 지방선거 막판의 관심거리로 떠올랐다.공조 범위나 강도에 따라 선거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김총재의 이날 발언은 득표로 연결되는 실익보다는 이른바 「반민자세력」의 결집을 강조하는 상징적 제스처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지방선거 자체보다는 선거 이후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과의 「연대」를 겨냥,미소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양측이 지금까지 연대를 공식선언한 선거는 강원도지사와 서울시장 선거 뿐이다.강원도의 경우 양당 도지부가 지난 14일 자민련의 최각규후보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관심은 이같은 공조가 앞으로 어디까지 확대될 것이냐는 점인데 현실적으로 더이상의 공조는 어려울 전망이다.김총재 자신이 『더이상의 공조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고 민주당의 박지원 대변인도 『당과 당의 연합은 시기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양당이 기초단체장후보를 각기 출마시킨 전국 54개 지역 가운데 후보단일화 조짐을 보인 지역은 전혀 없다.

자민련이 조순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이 실제 서울시장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관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조후보 진영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최소한 2∼5%포인트,즉 10만∼30만표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한다.김이사장도 『이로써 조후보 당선이 확실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엊그제까지 민주당은 무소속 박찬종 후보의 「유신찬양」 전력을 물고 늘어졌었고 이 때문에 적잖은 야성표를 모은 것으로 자평했었다.그렇다면 재야로부터 「유신본당」으로 지칭되는 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야성표를 상실하는 결과가 되고 따라서 득실계산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민자당측은 『세대교체 대상들의 정치적 야합』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오히려 「야권공조」라는 표현이 결코 어울릴 수 없는김종필 총재와 김이사장의 「야합」에 대한 반발심리로 많은 부동표가 민자당 정원식 후보쪽으로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자당측이 『김총재의 조후보 지지선언은 세대교체라는 시대흐름을 거역하고 내각제개헌을 해보려는 정치적 야합』(박범진 대변인) 『이념도,성격도,정책도 다른 사람들이 선거만을 위해 야합한것』(김덕룡 사무총장)이라며 적극 공세를 편것도 양측의 제휴에 반발표가 많을 것을 예측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방선거를 통한 김이사장과 김총재의 접근에 대해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는 노골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며 반발하고 있다.선거이후의 입지축소를 우려한 것이다.두 김씨가 거리를 좁혀갈수록 이 틈새를 비집으려는 이총재의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진경호 기자>
1995-06-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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