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불 지방의회 선거/박정현 파리특파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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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20 00:00
입력 1995-06-20 00:00
우선 외국인들이 프랑스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이다.인종차별과 외국인 이민 추방을 내건 극우파는 지난 11,18일 이틀동안 실시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사상 처음으로 장악한 2개 시의회가 인종혐오증이 심하기로 소문난 남부지방에 국한된 곳이기는 하지만 프랑스 땅에 사는 외국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주로 아랍인들을 대상으로 한 외국인에 대한 테러가 늘고 있는 추세여서 극우파의 약진을 바라보는 다른 프랑스인들의 시선도 밝지 않다.프랑스 지식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폐쇄적 극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극우파의 돌풍에 대한 논쟁만 빼면 프랑스의 지방의회 선거는 너무 조용하다.도무지 51만2천여명의 지방의원과 3만6천여명의 시장을 뽑는 선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정도의 숫자를 선출하려면 전국이 한바탕 몸살을 앓을 만 한데도 선거 과열현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행여 지방 어디선가 그런 일이벌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프랑스 언론매체에 비친 모습은 그렇다.
프랑스의 조용한 지방선거는 제도탓이다.
각 정파는 대표후보와 함께 후보자 명단을 내고 유권자는 이 후보자 명단에 투표를 한다.여기서 다수를 얻은 정파의 대표후보들은 자동적으로 시장이 된다.
명망있는 대표후보가 유권자들의 표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다른 후보들의 면면도 적지 않게 작용한다.때문에 어느 한 개인이 시장이 되려고 사생결단을 할 필요가 없고 자파의 후보자들 모두가 지역주민들의 신망을 받아야 한다.
이런 간접선거 형태가 시장선출의 과열을 막는 비결인 셈이다.또 지방선거의 결과가 중앙정치무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중앙의 선거 개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알렝 쥐페 총리가 보르도에서 시장에 당선됐고 지스카르 데스탱 전대통령이 중부지방인 클레르 몽페랑에 출마하는 특유한 제도도 지방선거의 질을 높이는 요인의 하나라는 느낌이다.
프랑스는 지방자치제의 모범국가는 아니지만 조용한 지방선거는 배울 만한 것같다.
1995-06-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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