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노조 핵심간부 어디에…/분규이후 족보없는 「유령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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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10 00:00
입력 1995-06-10 00:00
한국통신 유덕상 노조위원장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유위원장을 비롯,아직까지 구속되지 않은 한통노조간부들의 행방이 묘연하다.
한달 가까이 모습을 감추고 있는 유 위원장은 조백제 사장이 해임되고 이준 신임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7일 하오 9시5분쯤 하이텔 전자게시판 「큰마을」에 「투쟁명령 3호」를 게시,8일부터 정시퇴근투쟁을 지시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경찰은 지금까지는 조합원과 연락하려는 노조핵심간부들의 전화나 팩스를 역추적하는 방법으로 수배자들을 쉽게 검거할 수 있었으나 한통노조의 경우 첨단 PC통신을 이용하고 있어 그같은 방식의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실토하고 있다.
음성을 남기는 전화나 전화선을 이용하는 팩스와는 달리 PC통신은 고정ID만 있으면 위치에 상관없이 접속할 수 있는 데다가 통신망내에서는 필적이 표시되지 않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하이텔(한국PC통신)측도 『하이텔에 접속된 뒤부터는 모든 통신상황이기록되지만 시스템구성상 사용자의 전화번호나 현재위치를 역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측은 노조측의 조직적인 통신소통을 막기 위해 지난 6일 밤 12시40분쯤 하이텔내 한국통신노조통신망(KTTU)을 폐쇄했다.
그러나 노조측은 그대신에 통신수단을 「큰마을」 등 일반인이용 게시판으로 옮겨감으로써 오히려 노조측의 입장을 수많은 PC통신가입자가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
게다가 한통노조게시판을 장기간 폐쇄시킬 경우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회사측은 골치를 앓고 있는 형편이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단속)에 따르면 공공의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는 것으로 인정되는 통신 등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부장관이 통신사업자로하여금 그 취급을 거부하거나 정지 또는 제한을 명령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한통노조측은 이에 대해 『대화방은 노조내부의 통신이므로 이것만 갖고 공공질서에 위협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국민의 기본권침해라고 반박하고 있다.
PC통신망 폐쇄가 수배중인한통노조간부의 위치파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마당에 굳이 이같은 조치가 계속돼야 하느냐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고현석 기자>
1995-06-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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