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초/신경호 화가·전남대교수(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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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05 00:00
입력 1995-06-05 00:00
미륵정토 세상이 오면 긴긴 잠 깨시고 벌떡 일어난다는 돌부처 한 쌍 그 천불천탑의 운주사에서 「대갈통이 없는 아득한 포시」를 밑고 끝도 없이 그려대다가 아,이도 부처님 뜻인갑다.그 한 삭아내리더니 외로운 섬은 내 안에서 화엄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무애의 빈 터가 뻥 뚫렸다.세상 돌아가는 것과는 무관하게 그렇게 돼버린 것을 그대들이야 어찌 알랴만은,온통 지자제선거판에 넋빠져 있는데 느닷없이 작년말부터 광주비엔날레를 한다고 정신없다.아뿔사 그것도 비엔날레 개막일 코앞에서 「5·18」공소시효가 끝장나는,역사에 맡기자던 선견지명이로구나.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니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않는다는 것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알겠다.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초유의 국제적미술제가 진행되는 바람에 개최지의 프리미엄 딱지까지 붙여 영락없이 미운놈 떡 하나 더 준 꼴로 정녕 팔자에 없을 비엔날레 출품작가로 선정되었다.고맙기도 해라.이렇게 쉽게 순치되는 것이구나.어찌되었거나 나는 부끄럽고 미안하고 내 밥상이 아닌듯 하여 챙피하다.그러므로 이 뜨거운 후안무치를 배반의 칼로 벗기려한다.우리시대의 삶을 관통해온 역천의 칼로 싹둑 썰어버리고자 한다.그러므로 올 가을에는 그대들 모두 광주비엔날레로 오라.낯짝 생긴대로 오라,그러나 빛으로 오라!
화엄 광주는 빛이 모이는 곳,광주사람들은 전부가 하나하나 형형색색의 발광하는 빛이거니와 더럽고 냄새나는 어둠의 빛은 정재식칼로 단죄하리라.일찍이 광주는 빛이 모이는 마을이었으므로.
1995-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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