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 마애삼존불(한국인의 얼굴: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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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6-02 00:00
입력 1995-06-02 00:00
◎둥근 눈·도톰한 입에 온화한 웃음/본존불 옆의 협시보살 실눈동 인상적

백제미술은 그 풍토처럼 부드럽다.그래서 고요하고 아름답다는 말로 적조미가 깃들였다고 한다.불상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충남 서산군 운산면 용현리 마애삼존불(국보84호)에서도 백제미술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종일 그늘 한 뼘이 들지 않고 햇볕만 쏟아지는 발가벗은 바위에 새긴 7세기쯤의 불상이다.7세기는 백제에서 불교문화가 한껏 난숙했다는 시절이다.그럼에도 화려한 데가 없이 구수한 모습을 하여 친근감이 우러난다.

그것은 돌을 모나지 않게 다룬 백제조각의 묘미다.그 안에는 물론 원만한 백제의 마음도 숨어 있는 것이다.

이들 삼존불 머리 뒤에는 연꽃무늬를 기본으로 한 광배를 새겼다.다만 본존불 여래상의 광배에는 불꽃무늬를,두 협시보살의 광배에는 민무늬의 둥근 원과 불꽃 한 가닥씩을 덧둘러 놓았다.모두가 밝게 웃는 얼굴이다.본존불 여래를 모시는 협시보살들은 너무 웃어버린 탓인지 실눈을 했다.여래불 오른쪽에 서서 큰 구슬을 두 손으로 감싸 받든(봉지보주)보살의 얼굴은 그야말로 만면의 미소를 띠었다.

이에 비해 본존의 웃음은 의젓하다.마치 은행알처럼 생긴 행인형의 눈 언저리와 눈썹,도톰한 입가에 요란하지 않은 웃음을 머금었다.그러나 입가에 웃음이 조금은 깊어 콧방울 양쪽에서 패어져 입가로 내려온 법령에 그늘이 졌다.그래서 볼에 양감을 더 해주었다.복스러운 얼굴이다.그 원만한 얼굴에 어린 온화한 웃음.바로 「백제의 미소」로 호칭하는 유명한 웃음인 것이다.

이 마애삼존불의 전체구도는 본존불 여래상 좌우에 반가사유보살상과 보주봉지보살상을 배치한 형태다.태안의 마애삼존불과 더불어 독특한 도상을 한 불상이라 할 수 있다.이는 7세기쯤에 불교문화를 만개시킨 백제가 신앙면에서 나름대로 독자적 세계를 개척한 증거가 아닌가 한다. 그러한 생각에 미치고 나면 이 마애삼존불이 서있는 자리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마애불이 자리한 서산군 운산면은 중국에서 해로를 통해 건너와 태안반도를 거쳐 부여로 가는 길목에 있다.다시 말하면 태안반도에서 마애삼존불이 있는 가야산 계곡을 따라 발길을 재촉하면 사비시대 백제의 옛도성 부여에 닿는다.

예부터 천하절경으로 이름난 가야산계곡 어귀의 마애삼존불.북제나 수,또는 초당에서 백제를 찾는 외래인들에게 경배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그리하여 백제의 불심을 바깥 세상에 새롭게 심어주었으리라.백제를 각인시킨 백제의 얼굴 몫을 다 하면서….그리고 나서 천년하고도 몇 백년이 더 지나도록 여태 영원한 백제의 웃음을 웃고 있다.<황규호 기자>
1995-06-0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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