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라트 벽」과 환경파괴/이태동 서강대 문과대학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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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5-20 00:00
입력 1995-05-20 00:00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있다.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태어나 일생을 살다가 가는 사람들은 물론 서울이 고향일게다.그러나 그들 역시 언제나 한곳에 머무를 수 없고 이동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은 지용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닐게다.이국땅이나 외지에 나가면 서울이 고향이 되고 서울의 풍경은 그들의 마음 속에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시골에서 자라 도시로 나와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의 고향은 얼마나 아름다운 꿈의 대상이 될까.
나는 얼마전 기차를 타고 수년만에 고향인 M읍에 갔었다.역 광장에서 잠시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았더니 전원 풍경은 내가 그리워하던 그것과는 너무나 달랐다.저급한 색채로 도장을 한성냥갑과도 같은 고층아파트가 숲을 이루어 아름다운 산의 유현한 선을 바람벽처럼 막아 버리고 있었다.아파트의 높이를 조금이라도 낮게하고 지붕이라도 만들어 자연의 아름다운 선과 조화를 이루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몇년 전 지중해 연안의 아테네에서 보았던 언덕위의 하얀집들의 풍경이 유난히 인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나에게 문득 떠올랐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M읍을 떠나면서 또 언젠가 이곳에 지은 아파트도 엄청난 재정적 손실을 입으면서 얼마전에 서울의 폭파한 외인아파트와 같은 운명에 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건축은 예술이지 콘크리트 벽에 의한 황폐화가 아니다.이렇게 무자비한 환경파괴가 M읍에만 한정된 것이 결코 아닐 것이라는 것은 결코 나만의 두려움이 아닐게다.
1995-05-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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