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평화협정 대응방안」 평통정책 포럼
수정 1995-05-14 00:00
입력 1995-05-14 00:00
◎최대권 교수 서울대법대/“남북기본합의서 UN에 등록을”/유엔 결의로 남북당사자가 체결해야
한반도의 평화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언뜻 볼때 평화협정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첫째 6·25전쟁이 법적으로 과연 전쟁이냐,둘째 비록 전쟁이라 하더라도 평화협정이 없으면 평화상태는 수립되지 아니하는 것이냐,셋째 전쟁상태를 종결시키는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누가 되는 것이냐,넷째 6·25전쟁을 마무리짓고 평화상태를 수립하는 데 필요한 평화협정의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의 의문점이 규명돼야 한다.
6·25전쟁은 실질적으로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법적으로 이해하자면 북한이 일으킨 「평화에 대한 위협 또는 침략행위」에 대하여 국제연합이 UN의 기치하에 UN사령관의 지휘에 따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회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서의 싸움이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휴전협정을 대체하는,평화협정에 상당하는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UN이 취할 수 있는 조치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며 만약 평화협정이 요구된다면 오히려 UN과 북한 및 중국 사이에서 맺어져야 한다.그러므로 미국이 개별국가의 자격에서 북한과 평화협정의 이름으로 휴전협정을 대체하는 협정이나 합의를 행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백보를 양보해 6·25때 실제로 군대를 파견해 공산군과 싸운 실질적인 전쟁당사자로 말한다면 UN군 기치하에 군대를 파견해 싸운 미국을 비롯한 한국등 16개 참전국을 거론해야 한다.
남북간 진정한의미의 평화협정이란 남북 양측이 각각의 실체를 받아들이는 공존체제의 승인이며 이것을 담보하고 증명하는 장치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적으로 지금 남북이 모두 상대방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경우에 따라 결국엔 남북이 서로 국가로까지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는지 모르나 설령 서로를 국가로서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실체를 인정하고 들어가면서 평화체제의 구축을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정할 수 있는 통일달성의 최선의 시나리오는 남북 사이에서 진정한 의미의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미국등 참전 16국 및 중국과 주변국가인 러시아와 일본이 국제보장적 차원에서 이에 참여하며 이렇게 해서 형성된 평화체제를 유엔차원에서 담보하는 유엔 결의를 얻어내는 길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남북기본합의서가 현상태에서 이룩할 수 있는 평화협정이라해도 무방하다고 생각된다.평화협정 이행 의사와 진전노력을 담보하기 위해 평화협정은 더 큰 국제법체제(UN체제 포함)에 연계시키는 것이 보통이며 이같은 관점에서 남북합의서도 UN과 연계시키면 좋을 것이다.즉 UN헌장 102조에 따라 남북합의서도 UN에 등록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제안이다.
◎김구섭 실장 국방연구원/“정전협정 폐기는 교전관계 의미”/한반도 전쟁때 미 개입 차단이 북 속셈
북한은 50년대와 60년대에 한국에,70년대에는 미국에 평화협정을 체결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또 80년대에는 한국을 옵서버로 참석시킨 3자회담을 주장하기도 했다.이후 9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과는 불가침선언을 체결하고 미국과는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다.
물론 현재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평화협정은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북한간에 체결돼야 한다는 내용이다.한국은 휴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휴전협정 체결 후 40여년간 정전상태가 지속돼 왔는데 오늘날 새삼스럽게 한국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다.또 휴전협정은 군사적 성질의 조약으로서 교전자가 협정의 당사자가 되며 교전 쌍방의 군사령관이 교전자를 대표해 체결하는 것이 통례이며 이 휴전협정은 모든 교전당사국들에게 적용된다.
한국 휴전협정의 체결 「서명자」는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관인 팽덕회,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김일성,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였고 휴전협정의 「당사자」는 당연히 한국전쟁의 교전당사자들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는 한국과 참전 16개국이 일방이 되고 북한과 중국이 타방이 된다.북한은 조약당사자와 조약서명자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정전협정 폐지,대미 평화협정체결」이라는 북한의 주장이 현재의 남북간 대치상황 속에서 관철된다면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큰 틀이 사라져 우리 안보는 심각한 우려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다.정전협정이 폐지되면 유엔사령부가 해체되어야 하고 미북 관계의 정상화로 주한미군의 주둔명분이 약화될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평화협정에서 한국이 배제될 경우 남북관계는 정전협정의 파기로 전쟁상태가 회복되어 결과적으로 교전관계가 되고,미북 관계는 평화협정으로 관계정상화를 이루게 된다.그러므로 북한의 속셈은 한반도내 내전상태를 유도하고 미국의 개입을 차단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유엔 총회나 안보리에 해결을 요청하는 한편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측 참여국들이 북한에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행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우리측 입장을 선명하게 정립해야 하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지속하되 한국군의 위상증대와 독자능력증대에 힘써야 한다.
현단계에서는 군사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미평화협정 반대 및 군사정전위 기능회복에 노력하면서 북한의 의도를 사전에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정리=구본영 기자>
1995-05-1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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