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정치투쟁장화」에 “경종”/김대통령 지방순시서 남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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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4-18 00:00
입력 1995-04-18 00:00
◎“일꾼 뽑는 깨끗한 선거 실현”강조/행정공백 불용… 소신껏 업무 추진 독려

지난 1월24일부터 시작된 김영삼 대통령의 연두 지방순시가 17일 서울시를 마지막으로 3개월여만에 끝났다.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이 이번 순시를 통해 국민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며 『6월 지방선거가 결코 국가발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와 관련된 김 대통령의 의지를 세 방향으로 설명했다.행정공백 최소화,깨끗한 선거풍토 확립,정치인 아닌 「일꾼」을 뽑는 선거이다.김 대통령의 직선적 성격을 고려할 때 이 가운데 잘못되는 게 있다면 어떤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청와대의 관련 비서실에 긴장감마저 돌 정도다.

○…행정공백의 최소화는 선거가 치러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일부 공직자들이 출마를 위해 잇따라 사퇴함으로써 공직사회가 동요하는 게 사실이다.일각에서는 유력한 당선후보에게 줄을 대는데 바빠민원업무를 게을리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김 대통령은 선거와 관계 없이 공직자들이 소신있게 업무를 추진하도록 당부했다.야당측이 대통령의 지방순시를 「선거지원활동」이라고 주장했을 때 전혀 개의치 않고 일정대로 순시를 끝낸 것도 행정부의 일관성 있는 업무수행과 연관이 있다.

이와 관련,청와대와 총리실 감사원 등은 공무원들이 선거를 틈타 기강해이 혹은 「복지부동」에 빠지지 않도록 감사의 고삐를 바짝 죈다는 방침이다.

김 대통령의 언급은 선거가 끝난 뒤 직선단체장에 의해 빚어질 수 있는 부작용까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타락선거로 당선된 인사는 취임 뒤에도 불법을 저지를게 분명하므로 그대로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굳다.『모든 선거를 다시 치르더라도 부정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김 대통령의 경고를 「엄포」로만 볼 수는 없다.

○…김 대통령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지방순시를 마무리하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강도 높게 언급했다.

김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본산인 영국의 지자제는 간선제이며 임기가 1년인런던시장은 당적을 가져서는 안될 뿐 아니라 시의원들에 의해 뽑힌다』고 지적하면서 『지자제는 결코 정치투쟁의 무대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또 『영국의 메이저총리는 선거는 4년에 한번(국회의원선거)으로 족하고 그 이상은 국력의 낭비이며 특히 직선제를 하면 무분별한 공약남발로 사회불신만 가중시키는 폐단이 있다고 말하더라』고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도 이번 지자제 선거에 있어 이런 것들(공약남발)이 우려되고 있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앞으로 고쳐갈 것은 과감하게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이어 『우리는 마치 지자제가 전부인 양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 민주당 정권 때 지자제를 하다가 5·16쿠데타로 중단된 일이 있다』고 말해 지자제 자체보다 실천과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4·19묘역」35년만에 제 위상 갖추다/김 대통령 「성역화 사업」추진 안팎/취임이후 역사 재평가 작업 결실/「5·16」 「12·12」쇠락… 역사인식 바꿔

김영삼 대통령이 4·19혁명 35주년을 이틀 앞두고 17일 수유리 4·19묘역을참배했다.김 대통령은 취임 직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4·19묘역을 찾은 이래 해마다 이곳을 방문했다.이번이 세번째이니 방문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그러나 이날 참배의 의미는 각별하게 받아들여진다.김 대통령의 지시로 성역화 사업이 마무리된 뒤 첫 방문인 탓이다.

김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이전과 구별되는 잣대 중의 하나로 역사의 재평가를 들 수 있다.「3·1운동」 「임시정부」 「4·19」 「5·18」 등 민중민주운동 성격의 사건이나 단체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5·16」이나 「12·12」는 쇠락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설정한 역사 인식이 후대에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역사의 재평가 작업을 구호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순국선열 유해봉환,중경 임시정부 청사의 복원이 그러한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4·19묘역 성역화도 물론 같은 의미를 지닌다.김 대통령의 4·19에 대한 애착은 사건을 직접 겪었기에 더욱 애틋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93년 4·19묘역을 성역화하도록 지시하면서 『4·19는 30여년의 굴절된 역사를 거쳐 문민정부 출현으로 비로소 미완성에서 완성의 길로 나아가게 됐다』고 강조했었다.

김 대통령은 이날 묘소를 찾은 자리에서 비슷한 감회를 피력했다.새로 단장된 묘소주변을 둘러본 뒤 『시민들이 이곳을 즐겨 찾는 가운데 독재와 불의에 항거하는 민주주의 정신을 배우는 산 교육장이 될 수 있도록 정성껏 가꾸어 주기 바란다』고 최병렬 서울시장에게 지시했다.이어 4·19 당시 아들을 잃은 김월선씨(81)가 연신 눈물을 닦으면서 『묘역을 단장해 주어 고맙다』고 인사하자 『해마다 이곳에서 만나니 반갑다』고 답례했다.

김 대통령은 묘역을 일일이 둘러본 뒤 30년생 주목 한그루를 기념식수했다.이 주목이 지켜보는 한 4·19에 대한 평가가 다시 바뀌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이목희 기자>
1995-04-1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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