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김영화 한림대교수·영어학(굄돌)
기자
수정 1995-04-16 00:00
입력 1995-04-16 00:00
ㅁ씨는 요즈음 자신의 모습을 보기가 두려워진다.며칠전 버스에서 좌석을 양보해주던 어린 학생의 모습과 거울속의 백발섞인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어느덧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 흘러간 흔적이 크게 남아 있다.대학입시에서 막 벗어나 친구들 만나기에 한창 바쁘던 막내딸이 『엄마 아빠는 왜 함께 음악회도 좀 다니고 그러지 않으세요?』하던 말이 생각나 가슴이 휑해진다.
ㅁ씨는 지금껏 선배님들을 섬겨온 셈이다.그들의권위와 연륜을 존경하고 뒤따르려고 해왔다.감히 선배님을 앞설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그래서 50이 넘은 이후에는 윗사람 노릇을 올바르게 해보려고 마음도 단단히 먹고 있다.그런데 어느날인가 ㅁ씨의 친구가 명예 조기퇴직을 하게 되었다며 찾아왔다.그 친구는 다행히 먹고 사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듯 하나 아무튼 바삐 굴러가던 바퀴가 갑자기 서야되는 순간처럼 온통 마음이 혼란스럽다.경험과 지식이 큰 재산이라고 믿어온 ㅁ씨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995-04-16 1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