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위기/이태동 서강대 문과대학장(굄돌)
기자
수정 1995-04-15 00:00
입력 1995-04-15 00:00
우리가 대학을 아끼고 존중하는 것은 대학이 지식의 산실일뿐만 아니라 사회를 이끌어갈 지식인을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이다.지식의 존엄성과 그 가치는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과정을 조심스럽게 밟는 지식인의 이성적인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대학이 사회에 대해서 비판을 가하고 정부의 정치적인 간섭을 배제하며 자율을 주장할 수 있고 또 그것이 받아들여지는것은 대학의 지식인이 사회의 다른 구성원보다 더욱 많이 알고 과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만일 대학들이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사유없이 허위적인 명성이나 순간적인 이익을 위해 이데올로기에 눈먼 분노한 학생들이 대자보를 걸듯이,아니 대중의 눈을 끌기 위해 값싼 영화광고를 전신주에 붙이듯이 무분별한 정책을 남발했다가 밤사이에 거두어들인다면 대학의 권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대학의 위기는 대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대학이 무너지면 사회도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1995-04-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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