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만원에 선거 치르다니/이창순 국제부 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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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4-11 00:00
입력 1995-04-11 00:00
「가네마루 신(김환신)은 민주주의의 적」.일본 금권정치의 대부였던 가네마루 전자민당 부총재의 정치자금 스캔들에 항의,이같이 쓴 팻말을 잡고 의자에 홀로 않아 외로운 단식투쟁을 벌였던 사람.그가 바로 민주주의의 최대 가치인 국민의 힘에 의해 도쿄도지사에 당선된 아오시마 유키오(청도행남)다.

그는 민주주의 신봉자다.일본의 전통적인 밀실정치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그는 당선후 정책결정과정이 투명하도록 도쿄도민과 함께하는 공개행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그와 함께 지방선거 돌풍의 주역으로 등장한 요코야마 노쿠(횡산)오사카부지사 당선자도 주민과 함께하는 행정을 강조했다.

정당의 지원을 받지않은 무당파 후보였던 그들은 일본의 기성정치를 거부했다.전통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종래의 선거방법을 거부하고 돈안드는 선거운동을 펴 정당의 지원을 받은 후보들을 물리쳤다.아오시마의 선거비용은 고작 20만엔(약 1백80만원).한국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액수이다.하지만 선거운동 내역을 살펴보면 곧 머리를 끄덕이게된다.

아오시마가 한 선거운동은 TV 정견발표와 일부지역에 포스터를 붙인것 뿐이었다.포스터도 직접 붙이거나 가족이나 친지만을 동원했다.선거사무소도 자신의 아파트에 개설했다.그러면서 그는 『선거자금이 부패와 정치자금 스캔들의 원흉』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은 돈이나 악수가 아니라 후보의 생각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인상적이다.그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대신 선거기간중 집에서 「도쿄행정을 공부했다」고 한다.

요코야마도 돈안드는 선거를 통해 오사카(대판)부지사에 당선됐다.오사카는 정치자금 스캔들로 현지사가 마지막 순간에 출마를 포기한 지역이다.요코야마는 폐업한 소바(일본국수)음식점을 세내 선거사무실을 만들고 가족들이 선거운동을 했다.그는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는 「자전거 선거운동」으로 유명했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10일자 사설에서 기성정치를 거부하고 돈안드는 선거로 도쿄와 오사카 지사가 당선된 것을 「혁명」이라고 쓰고 있다.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 정치자금 스캔들에 관대했었다.그러나 자기반성과 개혁을 게을리하는 자민당등 기존정치에 마침내 「분노」가 폭발했다.권력게임에만 몰두하고 국민을 깔보는 기존정치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일본선거는 민주사회에서 말없는 다수 국민의 힘이 위대함을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1995-04-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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