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트로이목마 아니다/구본영 정치2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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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4-09 00:00
입력 1995-04-09 00:00
8일 상오 11시 경북 울진 포구.이따금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비릿한 갯내음 속에서 한국표준형 경수로인 울진3호기의 핵심인 원자로 설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북한에 제공될 한국형 경수로의 「참조발전소」인 이 국산 원자로가 기술력과 안전성,그리고 경제성을 맨처음 드러내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격려사를 한 나웅배부총리 겸 통일원장관은 한국형경수로 지원이 민족발전 공동계획의 일환임을 강조하면서 북측에 한국의 중심적 역할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그는 특히 북측이 한국표준형에 대해 『실체가 없는 유령이고 허구』라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을 겨냥,『북측에 울진 3·4호기를 참관토록 할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다.

이종훈 사장 등 한전관계자들도 『울진 3·4호기는 영광3·4호기를 모델로 하여 한미양국이 공동개발한 최신의 기술이 적용되고 안전도도 최대한 높인 것』이라며 북측의 안전성 시비를 일축했다.

북한이 한국형경수로의 기술수준을 트집잡는 것은 한국형을 받지 않으려는 핑계로 보인다.한국형 경수로를 받아들일 경우 건설과정과 그 이후 남한의 정확한 실상이 북한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체제동요가 예상되기 때문에 쉽사리 이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현실일 것이다.



북한당국 스스로가 한국형경수로를 「트로이의 목마」라고 지칭하고 있는데서 오히려 그들의 속사정이 읽혀진다.한국형경수로가 체제와해의 촉발장치가 되어 결국은 흡수통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그들의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역설적으로 북한당국이 흡수통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도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해야만 할 시점이다.한국형경수로 수용은 남북한이 「공존」속에 민족공동체를 일궈내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북한측은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핵폭탄이 아니라 전력 에너지라면 경수로를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고 세계에 40억달러나 되는 경수로 건설비용을 부담할 나라는 한국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아울러 개혁과 개방이라는 세계사의 대세를 외면하고선 경제난 등 그들의 총체적 난국을 결코 헤쳐나갈 수 없다. 엄연한 현실도 직시해야 할 것이다.
1995-04-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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