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희귀수목 2천종 채집/나무사랑 한평생…홍릉수목원 한상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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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4-05 00:00
입력 1995-04-05 00:00
◎고산·섬지방 등 전국 돌며 찾아내/6·25때 불탄 표본 1만점도 복원

나무사랑으로 일생을 바친 산림청 홍릉수목원 관리담당 한상배(58·기능직9급)씨는 「재야의 나무박사」로 불린다.

한씨는 34년동안 전국을 누비며 수천종의 희귀한 나무와 풀을 채집해 지금의 풍성한 홍릉수목원을 만드는 데 정열을 바쳤다.

덕분에 체험적으로 익힌 그의 식물에 관한 지식은 산림청 임업연구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박학하다.

한씨가 나무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의 출생에서부터.그가 태어난 곳이 다름아닌 현재의 직장인 산림청내 관사다.선친도 역시 산림청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관사생활중에 그를 낳았다.

그가 산림청에 근무하게 된 것은 「나무할아버지」로 유명하던 김이만(85년 작고)씨의 추천 때문이었다.홍릉수목원 관리담당으로 있던 김씨는 한씨의 선친과 친구로 지내면서 어린 한씨의 나무가꾸는 솜씨를 눈여겨보았다.그의 「싹수」를 알아챈 김씨는 한씨가 군에서 제대한 직후 그를 보조원이자 제자로 삼았다.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발로 뛰는 식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그가 산천 곳곳을 뒤지며 채집한 희귀나무와 풀만도 2천종이 넘는다.제주도·울릉도·백령도·한라산·지리산 등 희귀종이 있을 만한 곳은 안 가본 곳이 없고 열번을 넘게 찾은 곳도 많다.산림청에 보관되었다가 6·25전쟁으로 불탄 1만여점의 식물표본도 스승인 김씨와 그의 채집활동으로 거의 복원되었다.이렇게 복원된 기초자료 덕택에 식물연구에 큰 도움을 받고 있는 임업연구원들은 늘 그에게 감사하고 있다.

한씨의 나무사랑은 가히 자식사랑보다 더하다.한라산 「암매」는 아직도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무다.1,800m 고지절벽 바위틈에서 어렵사리 캐온 「암매」를 한씨는 2년여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돌보았지만 평지의 환경에 적응 못해 결국 죽고 말았다.이때 그는 많이 울었다고 한다.

나무와 벗하며 욕심 없이 살아온 한씨는 오는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업을 이을 후계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다.그가 확인한 온갖 희귀종 자생지들이 사장될 형편이다.

『요즘 어떤 젊은이가 돈 안되는 궂은 일을 나서서 하겠어요.남북통일이 되면 북한에 있는 나무도 수집해야 하는데…』 그는 식목일을 맞아 『그래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저 나무들을 열심히 돌보아야죠』라며 익숙한 솜씨로 나무들을 가꾸기 시작했다.<김환용 기자>
1995-04-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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