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북 암살요원 상당수”/자수간첩 한병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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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3-24 00:00
입력 1995-03-24 00:00
◎북은 주사파발언 박홍 총장 미워했다/네차례 밀입북… 지하철·댐 폭파 지령/92년 국민당 입당 기도… 군미필로 무산

서강대 박홍 총장의 암살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했던 유학생출신 자수간첩 한병훈(32)씨는 23일 『현재 남한에는 나와 같은 임무를 띠고 활동중인 북한 공작원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한씨는 이날 하오 2시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가든 호텔 무궁화홀에서 박총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폭로하고 『북한으로부터 박총장을 제거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씨는 북한의 구체적인 지령날짜와 장소는 『94년 7월 덴마크 코펜하겐공항』이라면서 『당시 북한 공작원은 박총장을 제거해 조국에 충성을 바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씨는 북한이 박총장을 제거하려는 이유에 대해 『박총장의 주사파 발언으로 한총련의 활동이 위축된데다 이 발언이 김일성 사망직후에 터져나와 북한 지도층 사이에 박총장에 대한 배신감이 깊어진 게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씨는 또『92년 5월초 민족통일·노동자와 자본가통일·인간과 자연통일등 「3통주의」를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역설하면서 국민당에 입당해 남북경협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했지만 병역문제로 무산된 적이 있다』고 토로하고 『이를 위해 국민당 최고위층 등을 만나 집요한 공작을 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북한에서 밀봉교육을 받기위해 독일에서 유학중이던 88년 처음으로 밀입북했으며 그뒤 89,90,92년 세차례나 밀입북했다』고 말하고 『교육장소는 평양에서 승용차로 2시간정도 떨어진 산골』이라고 전했다. 한씨는 『밀봉교육을 받으면서 지도원으로부터 남한에 많은 수의 공작원들이 이미 활동중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민족적 양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내 신분을 밝혀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남한에 파견되어 있는 공작원들의 활동이 매우 대담해졌음을 암시했다.

한씨는 밀봉교육 내용과 관련,『밀봉교육 당시 대남사업부 지하당조직부에 소속돼 「백두산 권총」·「AK소총」 사격훈련등 기본적인 교육과 함께 지하철,도시가스,전력센터,댐등 주요시설 파괴교육도 함께 받았다』고 털어놨다.
1995-03-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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