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정치인」들의 언행(사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1995-03-19 00:00
입력 1995-03-19 00:00
한때 이 나라 정치를 주름잡던 거물들의 언행이 갈수록 어지럽다.일선에선 국회의장단 감금과 동료의원 강제동행 같은 「정치만화」를 연출하고 다른 한쪽에선 노장들이 정치판을 흐려놓고 있으니 국민의 정치냉소주의가 널리 퍼질까 심히 걱정스럽다.

정치를 그만두었다면서 정치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김대중씨의 최근 행보에는 정치개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대통령이 천명하고 국회에서 매듭지은 지방선거의 실시를 무슨 근거에서인지 1백% 안심해서는 안된다고 한 그의 발언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야당의 지자제 정당공천주장을 편든지 일주일만에 보안법문제 등을 거론하고 정치재개와 관련,묘한 뉘앙스의 말을 했다는 보도는 은퇴인지,복귀인지 또 한번 혼란을 안겨준다.온갖 정치풍상을 보아온 우리국민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과 행동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계은퇴를 선언했으면 정치언동을 안하는 것이 옳고 정치활동을 하겠다면 먼저 재개선언을 하는 것이 도리다.비판과 견제의 틀을 벗어난 장외정치는 기존정치질서를 어지럽히고 책임과 부담은 지지 않는 불공정게임이 된다.그러한 애매한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새삼스런 선언 없이 어물쩍 정치재개를 하려는 의도에서인지는 몰라도 정치도의상 당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김씨는 대통령선거후 국민에게 밝힌 은퇴선언의 변경여부를 확실히 하는 것이 후진에게나 국민에 대해서나 지도자로서의 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

정치이익이 걸린 지방선거를 앞둔 현상이겠지만 소위 원로들이 지역정서를 자극하고 증오를 심화시키는 언동이 부쩍 눈에 띈다.과거 국회의장이나 국무총리,또는 권력실세이던 정치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한풀이를 벼르거나,몸담았던 정당과 정당지도자를 매도하는 모습은 보기에 역겹다.「원로」정치지도자라면 국민과 유리된 그런 이기적 정치를 해서는 안될 것이다.
1995-03-19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