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사회 방북 싸고 갈등/북­일 물밑 접촉 안팎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1995-03-12 00:00
입력 1995-03-12 00:00
◎자민/대표단 파견시기·단장선정 주도/사회/“초청장 안와… 성급하다” 비판

일본 여당대표단의 방북문제를 놓고 자민당과 사회당간에 미묘한 갈등이 흐르고 있다.

여당대표단의 방북은 지난해 시도된 바 있었다.그러나 90년 가네마루의원과 다나베의원이 북한을 방문해 북한 노동당·자민당·사회당 3당공동선언으로 전후보상을 인정한 것과 관련,자민당이 이를 백지화하려 하자 북한이 반발하면서 대표단 파견이 무산됐었다.

자민당은 그러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발족된 만큼 북한과 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9일부터 갑자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월 호리 고스케(보리경보)전문부상을 싱가포르에 보내 북한측과 접촉을 갖고 이 문제를 협의하는 등 그동안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전개해 온 바 있는 자민당은 KEDO발족을 기회로 10일에는 대표단 단장에 와타나베 미치오전외상(자민당)이 적절하다고 인선까지 아퀴를 짓고는 이를 사회당과 신당 사키가케에 제시,추인을 받아내는 등 급박하게 몰아가고 있다.

방북단의 파견시기도9일에는 「이달중」이었던 것이 10일 상오에는 「다음주중」으로,10일 하오에는 「16일」로 급속히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표단 파견은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지난해에는 사회당이 창구였으나 이번에는 자민당으로 바뀐 것이다.모리간사장은 『북한이 자민당을 통해 이 문제를 협의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또 북한이 자민당을 통해 식량도 지원 요청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그래선지 자민당은 『북한이 3당공동성명을 의제로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회당의 구보서기장이 단장을 맡도록 돼 있었는데도 자민당은 이번에 대장상과 외상의 경험이 있는 중량급 정치인 와타나베의원이 적절하다고 정하고 이를 사회당에 통보,동의를 받아내는 형식을 밟고 있다.주도권을 단단히 틀어 쥐려는 자세다.

떨떠름한 것은 사회당.지난해 자민당때문에 파견이 무산됐는데 갑자기 주도권은 물론 대표까지 차지하려하는데 대해 속이 편치 않다.그동안의 물밑접촉도 자민당은 전혀 사회당에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사회당의 한 간부는 『북한에서 초청장도 오지 않았는데…』라면서 자민당이 서둘고 있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구보서기장은 『3당공동선언은 당의 대표들이 합의한만큼 존중해야 한다』면서 자민당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단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와타나베의원에 대해서는 북한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도 있지만 정작 와타나베의원은 『3당선언을 받아들이라고 하면 가지 않겠다』고 배짱을 부리고 있고,북한이 사회당보다는 영향력이 큰 자민당 정치인을 선호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3당선언에 대한 양당의 입장차와 주도권을 둘러싼 갈등때문에 대표단이 방북하더라도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도쿄=강석진 특파원>
1995-03-12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