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단기변화」 없을듯/군부·권력층 세대교체 가속화 예고
수정 1995-02-26 00:00
입력 1995-02-26 00:00
그의 사망은 지난해 10월 은밀히 프랑스를 방문,폐암치료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평양으로 귀환한 시점에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하지만 북한권력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이른바 「혁명1세대」의 선두주자로 북한군부의 상징적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오의 사망은 북한체제내 권력이동에 상당한 파급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제때 김일성과 빨치산활동을 함께 한 이래 북한체제를 지탱해 온 버팀목의 일원이었다.김일성 사후에도 김정일의 군장악을 위한 후견인역을 맡아왔다.
오진우 이외에도 지난해 김일성 사망을 전후해 강희원(72·부총리),주도일(75·평양방어사령관),조명선(72·인민군대장)등 「혁명1세대」가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따라서 오의 사망은 일단 북한군부 및 권부의 세대교체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핵심 기득권세력이지만 70대의 고령인 「혁명1세대」를 억지로 제거하지는않더라도 자연적 물갈이가 촉진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이 과정에서 군총참모장 최광,국방위원 김철만 등 혁명1세대와 김정일의 핵심측근으로 알려진 오극렬 당 작전부장,이봉원 군 총정치국부국장등 혁명2세대간의 갈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정일의 군경력은 김일성대학 시절 1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은 것이 전부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그에 대한 북한군내의 불만은 치밀한 사람관리와 세뇌교육 등으로 사전봉쇄돼 왔다.더욱이 80년 당 중앙군사위원,90년 국방위 제1부위원장,91년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맡는등 김정일의 군부장악은 김일성 생전에 치밀한 준비과정을 거쳐왔다.
또한 인민무력부·사회안전부·국가안전보위부·호위총국 등 4개 무력기구들이 상호 견제토록 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각 군사권력기구의 상하부 조직에 당조직을 배치해 감시·지도토록 한 것도 안전장치의 하나다.
때문에 군내 김의 후견인격인 오의 퇴장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김정일체제의 행로에 결정적인 변화를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김이 권력승계를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진우 등 혁명1세대그룹의 잇단 퇴조는 중장기적으로 북한권력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구본영 기자>
1995-02-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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