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홀로 세우기/강광하 서울대교수·경제계획론(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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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2-14 00:00
입력 1995-02-14 00:00
2월9일의 신경제추진회의에서 발표된 중소기업지원 9대시책은 중소기업이 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경쟁의 주체가 되도록 만들어 나가겠다는 정책의지를 표명하고 있다.이는 중소기업 홀로서기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다.그러나 지금까지 좋은 지원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때 무엇보다 발표된 정책을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이 점은 대통령도 강조한 것인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실천을 촉구해 마지 않는다.
아울러 다음의 세가지 사항도 유념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첫째,중소기업정책의 개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은 중소기업이 약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며 대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균등화정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중소기업이 튼튼해야 대기업도 잘되고 국민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것이다.중요하기 때문에 지원하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균형을 맞추어 주는 정책은 특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며 경쟁을 통한 효율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퇴출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선진각국의 산업정책을 보더라도 사양산업·쇠퇴기업처리에 관한 것이 주종을 이룸을 알 수 있다.그중에서는 비효율적인 기업을 무조건 지원하여 실패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 사회적 비용을 줄여 나갔다.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력을 기르지 못했으니 부도가 나더라도 모두 제 탓이라고 해서는 안된다.정부는 실력이 모자라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에게 기술학교에 가거나 일찍 직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여러가지 대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의 흐름 속에서 탈락하는 기업을 잘 처리하는 것이 구조조정책의 주요 목표다.특히 최근의 중소기업부도는 기업 내부적인 요인보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많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셋째,바람직한 기업구조에 관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막연히 중소기업이 잘 되어야 대기업도 잘된다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기업·중소기업 관계를 밝혀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같은 사업을 크게 하면 대기업이고 작게 하면 중소기업이어서는 안된다.대기업은 대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중소기업에는 대기업의 하청기업도 있고 대기업과 보완관계에 있는 기업도 있고 대기업과는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기업도 있다.각각의 기업에 대한 정책이 동일해서는 효과가 반감된다.이제는 중소기업대책도 기업형태별로 달라야 한다.예를 들어 우리 경제구조를 고려할 때 대기업위주의 성장이 불가피하다면 중소기업정책도 대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중소기업지원시책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것은 정책을 실천하는 의지가 부족한 데도 기인하지만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정립에 실패한 데도 기인한다.뚜렷한 정책방향,적절한 정책수단,그리고 확고한 정책실천으로 튼튼하게 홀로 서는 중소기업을 만들어 나가자.
1995-02-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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