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투자 위축 가능성” 대응책 비상/북경진출 우리기업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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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2-07 00:00
입력 1995-02-07 00:00
국내 업계가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의 불똥을 막는 대책에 분주하다.미·중간의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미리 파악,대비책을 세우는 것이다.
○보복품목 단기 이득
삼성·현대·LG·대우 등 대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론 국내 기업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파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당장은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미 수출품목 중 보복 대상인 신발·완구·낚시용구·플라스틱 용품 등이 반사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장기적으론 중국의 경기하락으로 대 중국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중국에 대한 수출이 60억달러에 이르는 등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이번 사태로 중국의 경제가 큰 영향을 받는다면 국내 경제에도 당연히 연쇄 반응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교환기시장에 눈독
○…전자와 물산·코닝·전기·항공 등 5개 계열사가 총 1억7천4백만달러를 중국에 투자한 삼성그룹은 미국의 보복조치는 국내 산업에 순기능적 효과보다는 역기능적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삼성은 자신들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품목은 전혀 보복 대상에 끼지 않았기 때문에 차제에 이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현재 미국의 AT&T가 상당수 장악한 중국의 전화 교환기 시장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침투한다는 것이다.
2억4천만달러를 투자한 LG그룹도 비슷한 전략이다.보복 품목에 들어있는 오디오 기기를 중국에서 생산하지만 중국의 내수와 동남아 수출이 주종을 이뤄 별다른 영향이 없다.따라서 오히려 공격적인 대책을 마련할 생각이다.가전에서 컴퓨터와 반도체에 이르는 전자 제품과 사설 교환기 등을 포함한 통신망 사업의 대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중합작확대 신중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이 그동안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오던 자동차 수입선을 한국과 일본으로 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그러나 섣부른 중국과의 합작 확대는 미·중 무역협상의 들러리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보고 신중을 기하고 있다.
○…재계는 이번 무역분쟁이 양국의 극적인 협상을 통해 중간선에서 타결된다 하더라도 언제든지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등소평의 사망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정치적 격변기에 미국이 강경책을 편 것은 등 사후를 겨냥한 조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택민 체제가 이번에 미국과 원만한 타협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중국 내부에서 문제가 될 것이고,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앞으로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미국의 의도대로 세계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이다.
○중현지화 가속화
미국의 자동차협회가 『손해를 봐도 좋다.이번에 보복조치를 강행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번 기회에 중국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우리 기업들이 대책에 부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남아나 중남미 등으로 투자선을 다변화하는 한편,중국에 대한 현지화를 가속화해 단순한 우회 수출기지보다는 내수 판매에 주력하는 전략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김현철·오일만 기자>
1995-02-07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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