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이산가족부터 초청하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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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2-04 00:00
입력 1995-02-04 00:00
정부가 북한의 4월 평양국제체육문화축전에 남쪽의 이산가족을 참관시키기 위한 고위당국자회담을 갖자고 제의한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바람직스런 일이다.

북한은 그동안 해외동포와 외국관광객및 기자들의 참관유치에 열을 올려왔다.김일성의 상중이라며 권력승계도 미룬 처지에 축전은 무슨 축전인가 했던 우리지만 남쪽의 이산가족도 초청한다면 거부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그것이 마땅한 도리요 순서일 것이다.

북한은 우리정부의 제의를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오늘의 한반도상황에서 이산가족문제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현실적 문제는 없을 것이다.이데올로기 분단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그들은 50년동안이나 부모형제와 생이별의 고통을 강요당해왔다.

탈냉전으로 세계는 지금 개방의 자유교류시대를 맞고 있다.이데올로기는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그리고 상봉이 절실한 우리의 연로한 1세대 이산가족들은 시간이 없다.그들은 지금 이산의 한을 품은 채 죽어가고 있다.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우리민족만이 이런 비극을 계속 감당해야 한단 말인가.이산가족의 문제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인도주의의 문제다.이번 우리정부의 제의를 계기로 남북한당국은 상봉의 실마리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대민족회의나 8·15공동경축행사,기타 정당회담 개최 등을 연이어 제의해왔다.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면서 한 정치선전의 제의였으며 당연히 거부당했다.얼마나 낭비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인가.우리는 지난 50년을 계속해온 그런 남북한간의 성명전이나 제의교환의 허황된 입씨름에 이젠 신물이 난다.남북한은 이제 좀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문제를 놓고 진지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마주앉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산가족문제는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남북한 공동의 과제다.건설적인 남북한 대화의 가장 훌륭한 의제라고 생각되지 않는가.기왕에 북한이 개최하는 국제문화체육축전이며 관광객과 해외동포도 대거 초청하는 것이라면 남쪽의 이산가족도 초청해 북쪽의 가족을 만나도록 도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4월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많다.당장 회담을 시작하자.우리정부의 이번 제의가 남북한간의 대화재개와 실질적인 관계개선의 돌파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1995-02-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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