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6년주기로 경제위기/작년 「성탄절악몽」계기로 본 실태
수정 1995-01-10 00:00
입력 1995-01-10 00:00
페소화의 폭락으로 대변되는 멕시코의 현 경제위기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재정혼란과 화폐가치의 붕괴는 지난 수십년간에 걸쳐 매 6년마다 되풀이되고 있으며 이때마다 대통령의 교체현상을 빚어왔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멕시코의 수백만 빈곤층은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더욱더 빈곤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제 진절머리를 느끼고 있다.
「성탄절의 악몽」이라 불리는 이번 경제위기는 에르네스토 세디요 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은지 약 3주일 뒤인 구랍 20일 터지기 시작했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멕시코의 재정당국은 정부재정상태를 국민들에게 속였고 페소화의 가치를 부양하기 위해 하루에 수백만달러를 풀었으나 결국 아무 성과없이 외환만 탕진하고 말았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세디요대통령은 과거 행정부의 고전적인 수법을 답습,외부요인으로 책임을 돌렸다.
이번에는 정치적 폭력과 미국금리의 상승이 그 외부요인으로 내세워졌다.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없었다.
마침내 정부는 국가경제가 잘못 관리돼왔음을 시인했으며 페소화는 달러화에 대해 3분의 1이나 하락했다.
세디요대통령은 초긴축정책을 추진,올해 임금인상률을 7%로 제한했다.
멕시코는 지난 60년대 이후 거의 주기적으로 경제위기를 맞았다.민주화 요구 학생들의 집회에 군대가 총을 난사,수백명을 숨지게한 사건이 터졌던 지난 68년,구스타보 디아스 오르다스 대통령은 이때부터 시작된 경제침체와 싸워야했으며 지난 76년에는 루이스 에체베리아 대통령이 대중중심적인 정책을 취하자 은행가와 부유층이 이를 개탄,페소화대신 달러화를 끌어들이면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급감하고 페소화의 가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82년까지 집권했던 호세 로페스 포르티요 대통령당시에는 석유시장의 침체로 차관이 들어오면서 페소화가 하락했고 지난 88년에 물러난 미겔 데라 마드리드 대통령시절에는 인플레율이 1백60%에 이르고 페소화의 가치는 수배가 하락했다.
멕시코의 역대 대통령들은 엄청난 권력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는 소홀히 해왔다는 비난을 면치못하고 있다.
세디요 현 대통령의 바로 앞의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 전 대통령은 지난 88년 경제난국을 취임당시 물려받았으나 경제개방·자유시장개혁·균형예산의 집행·인플레율의 억제·적자 국영기업의 매각 등의 조치를 통해 이를 극복해내는 선례를 남겼다.
그러나 살리나스의 노력에도 불구,멕시코경제는 지난 82년 이후 1천17억달러에 달한 거대한 국제수지적자라는 짐을 지고 있었고 지난 93년 미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금리현상을 보였던 멕시코로 유입됐던 외국자본이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감으로써 멕시코는 큰 타격을 받지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멕시코시티 AP 연합>
1995-01-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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