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줄이자” 지혜짜기/종량제 5일째… 감량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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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5-01-06 00:00
입력 1995-01-06 00:00
◎판촉물 규격봉투로/압축기 서둘러 설치/식당 반찬 조금내고/가게밖 쓰레기통 없애 아무나 못버리게/등산로에 몰래 버리기… 얌체수법도 등장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가정과 업체 등에서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갖가지 묘안이 등장하는 가운데 시민들은 『쓰레기양이 줄어든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며 머지않아 이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식당업자들은 『종량제실시로 쓰레기처리 비용이 종전보다 3∼4배쯤 많이 들고 있다』면서 음식찌꺼기를 줄이기 위해 반찬을 조금씩 내놓는 등 「쓰레기 감량작전」에 주력.

서울 종로구 경운동 D중국음식점의 경우 종량제 실시 전에는 쓰레기처리 비용이 미화원의 수고비 1만원을 포함해 한달 3만여원이었으나 앞으로 봉투값으로 한달에 10만원정도 들 것으로 예상했다.

주인 김모씨(45)는 그러나 『처음이라 다소 불편하지만 분리수거를 하면서 전체 쓰레기 양은 확실히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도시락판매업체에서는 재활용이 안되는 1회용품을 재활용 재질로 바꾸는 개발노력에 전력.도시락 체인업체 M사에서는 배달용으로 쓰이는 스티로폴 도시락통을 종이나 플라스틱재질로 대체할 계획이며 시험적으로 만든 샘플을 사용해본 뒤 빠르면 2월부터 각 체인점에 보급할 방침.

이와함께 그동안 판촉물로 썼던 자,책받침,병따개 대신 쓰레기 규격봉투를 고객들에게 주기로 하고 각 체인점에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햄버거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 푸드점인 L사도 체인점마다 쓰레기통을 3개씩으로 늘려 음식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얼음을 분리수거토록 유도.

기존의 코팅 종이컵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코팅이 안된 것으로 대체했으며 쓰레기 부피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쓰레기 압축기를 체인점마다 설치키로 했다.

○…상점·가판대 등의 앞에 설치돼 있던 쓰레기통은 행인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릴것에 대비,업주들이 가게안으로 옮겨 고정된 휴지통을 제외한 휴지통들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모습.

또 일회용기를 많이 이용하는 중국음식점·도시락배달전문점 등은 일회용기를 다시 수거해가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 배달을 한뒤 얼마후 다시 찾아가일회용기를 수거.

○…재래시장 채소가게앞에는 시장에서 채소를 다듬으려는 알뜰주부들로 북새통.

특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배추는 거의 모든 주부들이 현장에서 직접 다듬어 알맹이만 가져가는 바람에 채소상인들은 물건을 팔때마다 늘어나는 쓰레기양에 울상.서울 마포구 모래내시장에서 10년간 채소가게를 해온 김모씨(56·여)는 『가게앞이 지저분해지고 혼잡해져 매상이 줄어들 정도』라고 말했다.

○…종량제가 시행된지 닷새째가 되는데도 여전히 일부 주민들이 규격봉투사용을 외면,통반장 등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는 등 애를 먹고 있다.

또 주민들 가운데는 출근길에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나와 다른 곳에 버리거나 규격외의 봉투에 담은 쓰레기를 남의 집앞에 버리거나 규격봉투에 담아 내놓은 남의 집쓰레기통에서 내용물은 쏟아내고 봉투만 챙겨가는 얌체수법을 동원하는 사람도 있다고 동직원이 설명했다.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쓰레기 수거함에는 인근 주민들과 등산객들이 몰래버린 쓰레기가 늘어나 공원관리사무소측이곤욕.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종량제 실시이후 북한산 입구 21개의 쓰레기통과 주변은 몰래 내다버린 냉장고 등 대형 쓰레기와 생활쓰레기 등이 넘치고 있다』며 『투기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취약시간대인 야간과 새벽에 직원들을 배치,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찬규·곽영완·김환용기자>

◎유통업체 고객쓰레기 부담 “부상”/재활용 포장재·용기 개발박차/쇼핑백 대신 장바구니 등 지급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기업에서도 쓰레기 줄이기 비상이 걸렸다.고객들의 쓰레기 부담을 덜지 못할 경우 매출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포장지 및 용기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고 동시에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객들과 호흡을 같이하는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이달 말 설날 특수까지 겹쳐 기존의 포장 방법으로는 고객들을 쫓는다고 판단,선물세트도 가급적 포장을 없애고 포장이 불가피할 경우 스티로폴 대신 골판지 등 재활용 포장지를 사용키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5일부터 쇼핑 백을 원치않는 고객에게 「그린 쿠폰」을 줘 양파 1망(10개) 등 우리 농산물과 바꿀 수 있게 했다.관광 식당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쓰레기 압축기 2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상용 장바구니를 나눠 줘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설날 선물로 많이 나가는 갈비세트의 경우 압축 스티로폴로 포장,30% 가량의 부피를 줄이기로 했다.

캔터키 프라이드 등 외식업체와 LG25 등 편의점 업체들도 플라스틱 접시나 종이컵 등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매장 안에 쓰레기 압축기를 설치키로 했다.

제품 보호를 위해 쓰는 박스 스티로폴 등 대형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가전업체는 골판지나 신소재로 포장을 바꾸기로 했다.어쩔수 없이 사용한 스티로폴 등도 배달 직후 수거하기로 했다.

LG 전자는 1백% 재활용이 가능한 새로운 충격 완하용 포장지 「하니 코어」를 제작,올 8월부터 사용에 들어간다.삼성전자도 국제환경 무역규제(그린라운드)에 대비,무공해 포장재 개발에 착수,96년까지 쓰레기량을 60% 까지 줄인다는 전략이다.

애경 등 세제업체와 태평양화학 등 화장품 업체들은 기존 용기에 내용물만 바꿔 쓰는 리필(Refill) 제품이 많이 팔릴 것으로 보고,40∼50%(기존 20%)로 생산을 높이기로 했다.중국 요리집이 가정 배달 때 사용하는 스티로폴 접시 등도 플라스틱 그릇으로 바꾸기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전국 슈퍼마켓 연합회의 관계자는 『구청과 협의해 종량제 규격 봉투를 준비,일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 검은봉투 대신 규격봉투에 물건을 담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오일만기자>
1995-01-0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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