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성탄절 표정/정정따라 웃고 울고
수정 1994-12-26 00:00
입력 1994-12-26 00:00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을 맞아 성지 베들레헴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축하행사가 펼쳐졌다.
특히 올해는 하루도 쉴틈없이 계속된 분쟁으로 인해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지역이 많아 성탄이 주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고 할수 있다.
▲베들레헴=이스라엘 점령지 요르단강 서안에 위치한 베들레헴에서는 지난 87년 팔레스타인 유혈봉기 이래 가장 흥겨운 축제분위기가 연출됐다.
올해 이스라엘로부터 자치권을 얻어낸 팔레스타인인들은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연주하며 성탄의 기쁨을 만끽했으며 1만여명의 순례객들이 캐럴을 부르고 폭죽을 터트리는등 들뜬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들은 또 팔레스타인 국가를 부르며 감격해 했으며 국기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의 초상화를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사라예보=32개월째 내전이 계속돼온 보스니아에서는 성탄 기념행사는 엄두를 내지 못할 형편이지만 지미 카터 전미국대통령의 중재로 임시휴전이 발효돼 그나마 이번 성탄을 총성없이 보내게된 것에 위안을 삼고있다.
그러나 내전에 지친 이들에게는 성탄행사보다는 당장의 배고픔을 면할 음식과 추위를 막을 땔감의 확보가 절실해 처절감까지 감돌고 있다.
사라예보의 상점과 슈퍼마켓은 텅빈 상태이며 사람들은 총탄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감때문에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 거리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크리스마스 트리로 쓸 나무는 이미 장작불로 사라진지 오래다.사라예보 시민들이 성탄절에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평화를 위한 기도뿐이다.
▲워싱턴=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24일 국내외 주둔 미군 10명에게 전화를 걸어 성탄절에도 근무에 임하고 있는 병사들에게 감사의 뜻과 성탄 축하인사를 전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라디오 연설을 통해 전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병사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한편 헬리콥터 추락사고로 북한에 억류중인 미군병사가 조속히 가족의 품에 돌아올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저녁 딸 첼시아와 함께 성탄선물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벨파스트=북아일랜드공화군(IRA)과 영국정부간의 평화협정 체결에 따라 25년만에 처음으로 기독교도 지역 아이들과 카톨릭 지역 아이들이 함께 모여 캐럴을 부르며 성탄을 축하했다.
성탄절을 맞아 이곳 종교지도자들은 종교적 갈등으로 빚어진 분쟁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종식되기를 소망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바티칸 시티=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탄 전야의 자정미사에서 성탄의 기쁜 소식이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 50개국 2억5천만명이 시청하는 가운데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서 거행된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감옥,수용소,병원등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져 용기와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고 강론했다.
▲바그다드=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4일 발표한 성탄절 메시지에서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지 않고있는 서방국가들을 비난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식량과 의약품의 부족으로 어린이와 노인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이는 예수의 사랑과 정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우 데 자네이루=브라질의 리우의 빈민들은 이번 성탄절을 한 사회운동가의 기아퇴치운동으로 좀더 따뜻하게 맞이했다.그동안 많은 봉사활동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데 소우자씨가 전국적인 모금운동으로 6백t의 식량을 마련,5만여 빈민가족에게 성탄선물로 나눠주었다.
혈우병환자로 수혈과정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인 그는 『배고픈 사람들이 배불리 먹는 것을 보는 것이 노벨상을 타는 것보다 즐겁다』고 말했다.
소우자의 이같은 구호운동은 리우 외에도 브라질 전역 16개 도시로 확산돼 이번 성탄절은 그 어느해보다 훈훈한 인정이 감돌고 있다.<외신 종합>
1994-12-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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