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표준형 명시」 관철이 관건/북경의 북­미경수로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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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2-01 00:00
입력 1994-12-01 00:00
◎“핵동결 환영”… 제재완화 「당근」 줄듯/미/「대체에너지 제공」 지켜지나 관심/북

북한·미국간의 북경 경수로 회담에 맞춰 미국이 북한핵 동결을 매우 만족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미국도 상응한 조치를 곧 취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30일 미국과 북한간에 경수로제공에 관한 실무회담이 북경에서 시작되는 같은 시간에 미국무부는 제네바 북핵합의이후 처음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동결을 확인한데 대해 만족한다고 밝혔던 것이다.이는 미측으로서 북한이 북미합의문을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공식평가하는 것인 동시에 단계적인 후속조치를 곧 취해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합의 3개월후인 내년 1월 21일이전까지 통신·금융거래를 포함한 통상·투자분야에서 대북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를 갖춰나갈 것이다.

그러나 북한측으로는 북미합의의 핵심이 경수로 제공이기 때문에 30일부터 시작된 경수로회담에서 미측이 무엇인가 분명한 「그림」을 그려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북경경수로 실무회담의 목적은 코리아 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내년 4월 21일 이전까지 북한과 체결할 경수로 공급계약의 주요내용에 관한 기본합의를 도출하는데 있다.이번 협의의 초점은 ▲경수로의 모델 ▲용량 ▲공정기간 ▲경수로인도 및 건설완료시기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이 과정에서 북한측은 공급계약과 연관이 있는 대체에너지로서의 중유제공계획의 차질여부,KEDO의 구성과 재원확보방안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할 가능성은 있다.

북경 경수로회담에서 미국이 반드시 관철해야 할 사항의 우선순위 1번은 경수로 공급계약서에 한국표준형을 제공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것이다.이는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가진 한·미·일 고위실무회의에서 합의한 기본원칙이다.만약 이같은 명시가 없을 경우 북한이 경수로 건설추진과정에서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빌미로 제3국이 「잿밥」에 숟가락만 들고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울진 3·4호기와 동일한 한국표준형의 경수로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40억달러의 소요자금중 60%를 댈수도 없고 댈 필요도 없는 것이다.그러나 북한측은 실제로는 한국형을 수용하되 계약서에 한국형모델을 명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일 가능성도 없지않아 다소 논란이 예상된다.

발전용량이나 건설완료시기등은 북미합의문대로 2천Mw로 하되 가급적 2003년이내에 건설한다는 것을 원용할 수 있을 것이나 건설완료시기등은 좀더 신축성을 보일 가능성도 없지않다.



이번 실무회담에서 최종합의를 마련하지 못하더라도 4월이전에 한두차례 더 협의를 갖고 노력하면 원만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측도 한국이 「중심역할」을 하는이상 이를 무조건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또 나름대로 공화당의 미의회 장악이 북미합의이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도 검토할 것이다. 공화당의 눈에 북한이 약속이행의 의지가 없다고 비쳐지는 것을 그들도 원치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4-12-0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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