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교중퇴 36세처녀 사시합격/「6전7기」 인간승리 안귀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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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28 00:00
입력 1994-10-28 00:00
◎세동생 학비 대며 검정고시로 학업/“병든 어머니 너무 기다리게해 죄송”

『…』.가냘픈 여자의 몸으로 6전7기의 신화를 만들어 낸 안귀옥씨(36·인천대 법학과 83년 졸업)는 감격에 겨운 탓인지 전화에 대고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한참만에 그녀는 『병든 엄마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 무엇보다 미안하다』고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앞으로 연수원 생활을 하면서 구체적인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그녀는 현재로서는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했다.

병든 어머니 이옥진씨(59)와 늙은 외할머니(78),그리고 어린 세동생을 부양해야 했던 그녀가 대학졸업 7년만에 사법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것은 인간승리 그 자체였다.

인천대 법학과를 83년 졸업한 그녀의 다른 학력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전곡국교 6학년 중퇴가 전부이다.

그녀가 19살때에는 행상을 하던 아버지마저 중풍으로 숨져 가정생활은 더욱 말이 아니었다.하루에 한 두끼로 연명하면서 그것도 라면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의 줄곧 꿈은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춰주는 법관.그래서 다섯살 터울인 오빠 순일씨와 힘겹게 가장 노릇을 하면서도 그녀는 법관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고,그 꿈이 그녀를 지탱해줬다.

그녀는 국교를 중퇴한 뒤에도 계속 공부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76년 야학으로 중학교 검정고시를,81년 고입검정고시,이듬해인 82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대학 진학의 길을 스스로 연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대학생활도 국교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4년내내 성실한 학교생활로 장학금을 받아 학비는 그런대로 마련할 수 있었지만 세동생의 학비와 병든 어머니의 약값 때문이었다.하루에도 고혈압과 관절염을 앓고있는 어머니를 위해 많은 약값이 들어갔고 이것은 언제나 그녀 몫이었다.

그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틈틈히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병원에서 환자재활·일반 사무실 청소 등으로 이를 메웠다.이 때문에 학과공부는 할 수 있었으나 사법시험 공부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한뒤 무려 7년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국교때부터 우등생이었던 그녀는 현재 서울 중랑구 면목3동에서 1천7백만원짜리 반지하방에서 전세로 살고있다. 『2차시험만 6번이나 떨어졌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녀는 이제 시험에 합격했으니 결혼하고 싶다며 전화를 끊었다.<박찬구기자>
1994-10-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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