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에 경수로 지원하나/박긍식씨 전과기처장관의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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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20 00:00
입력 1994-10-20 00:00
북한의 핵폭탄 제조기술은 과연 어떤 수준이며 우리는 왜 경수로를 지원해야 하는가.핵폭탄 제조기술을 다루는 방사선 화학자인 박긍식(박긍식) 전과학기술처장관이 최근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가 주최한 통일강좌에서 이 문제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박 전장관의 강의 내용을 요약한다.
북한은 39년전 이미 영변에 방사화학연구소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그곳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왔다.구소련과 원자력 상호협력협정을 체결한 북한은 원자탄 수소탄등 최고의 폭발시험장치와 모든 핵관계 연구를 하는 구소련의 두브나 원자탄 제조연구소에 1년에 많을 때는 수십명, 적을 때는 수명씩 보내 연구인력을 훈련시켜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약 20년전부터 훈련해온 것으로 볼 때 현재 북한에는 일류 방사화학자가 어림잡아 1백50∼2백명은 될 것 같다.이보다는 못한 고급기술자 수준은 대략 1천여명으로 볼 수 있다.또 체코에서도 북한의 방사화학자들이 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근래 방사화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북한 핵은 협상용이라든가 빈껍데기로 큰소리만 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깔 볼 정도의 실력은 아니다.게다가 핵폭탄 개발이라는 것이 50년전의 기술이라 북한의 우수한 인력이 1백50명정도라면 핵개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봐야한다.
북한은 5Mw짜리 원자로를 5∼6년전부터 24시간 가동해왔다.여기서 생긴 핵연료를 방사화학실에서 재처리 하기만 하면 핵폭탄 서너개를 만들 정도의 플루토늄을 쉽게 얻을 수 있다.또 현재 국제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플루토늄만도 2천㎏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는 현재 5Mw짜리 원자로가 있고 50Mw와 2백Mw짜리 원자로가 거의 완공단계에 있다.이들은 모두 흑연감속로로서 천연 우라늄을 연료로 써 원료를 자급자족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우리가 바꾸어 주려는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보통 물로 냉각하고 감속도 하는 대신 연료는 천연우라늄을 쓸 수 없고농축한 우라늄을 써야한다.북한에는 현재 농축공장이 없기 때문에 경수로로 바꾸어주면 핵연료를 러시아나 프랑스 또는 독일 미국등 선진 핵보유국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되고 따라서 핵개발 여부를 손쉽게 감시할 수 있게 된다.이런 이유 때문에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 흑연감속로를 모두 없애고 경비와 기술을 대주며 경수로로 바꾸려 하는 것이다.
북한에 제공할 한국형 경수로는 미국형의 9백50∼1천3백Mw 출력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1천Mw 정도로 개량한 것이다.원자로 제조기술도 우리가 거의 습득 했고 기자재 국산화율도 거의 93%에 이른다.문제는 나머지 7%의 핵심 기자재를 선진국에 의존해야 하며 이것의 가격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이다.우리 돈과 기술로 경수로를 지원한다 해도 결국 경비의 절반가량은 선진국으로 나가야되는 셈이다.
북한이 경수로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10여년의 건설기간동안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으로 핵폭탄을 계속 만들려 할 것이다.이 경우 이를 막을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핵사찰에는 임시·특별·정규사찰등세가지가 있는데 북한이 이 세가지를 모두 받아들인다 해도 그 사찰대상은 기록되어진 것만 해당된다.이것이 핵사찰의 맹점이다.
핵확산 금지조약에도 불구하고 핵확산은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한반도를 중심으로만 보아도 북한은 어느 정도 핵개발을 했다고 보아야 하며 중국 러시아는 모두 핵 보유국들이다.일본은 순수한 플루토늄을 5t이나 보유하고 있어 만들려고만 하면 수 주안에 원자탄 수천개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한국만이 양심적으로 국제기구의 모든 규율을 준수하는 모범국으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 전기소비량의 40%를 원자력에서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핵개발능력은 이승만 대통령시절 처음으로 원자력원이 창설되고 방사화학실도 만들었으나 지금은 방사화학연구실이 없다.박정희 대통령시절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한 주요시설이 바로 방사화학실험실이 될 것을 우려한 국제원자력기구와 우방등에서 이를 폐쇄토록 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뜻있는 분들이 우리도 다시 핵개발을 해야하지 않는가고 주장하지만 지금처럼원자력을 평화적으로만 이용하는 정책이 옳다고 생각한다.다만 그 당시 방사화학실을 모두 없앨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연구는 계속할 만한 시설은 남겼어야 했다는 생각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는 과거 맨해턴 프로젝트에서 원자탄을 제조하던 기술자들이 과학관으로 나와 있었다.그들은 어느 연구소에서 무엇을 보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릴 정도다.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계속 우리나라를 의심하느냐? 당신들이 군사적 철수를 한다니까 우리가 핵을 개발한다는 것이지 현재 우리가 핵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들은 『우리는 당신들에게 핵폭탄 제조시설을 갖지 말라고 했지 순수과학적인 이론까지 연구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당신들은 너무 모범적이어서 기초적인 연구시설까지 없애버렸는데 그럴 필요까지 있는가』고 한 적이 있다.
기초적인 연구는 계속해야 남의 나라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연구는 해야한다.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는 달리 원자탄을 만들고 핵연료를만드는 것은 핵물리학자가 아니고 방사화학자다.처음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핵물리학이지만 물질을 정제하여 만들고 분석해서 태우는 것이 바로 방사화학이다.우리나라의 방사화학자는 다섯명 꼽기도 어렵다.북한에는 수백명이나 있다.
박대통령시절 우리도 핵을 갖겠다고 한 적은 있다.핵의 평화적 이용이거나 군사적 이용이거나 플루토늄 정제과정은 같기 때문에 우리는 발전소에서 나오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할 시설을 프랑스로부터 3천4백만달러에 들여오기로 계약까지하고 들여오기 직전 정지되었다.그 시설만 들여왔다면 우리도 그 때 핵개발을 할 수 있었고 그런 수준도 되었다.
북한이 한국형 원자로를 받으면 여러가지 유리한 점들이 있다.우선 같은 말을 쓰므로 기술 지원과 전수가 쉽다.또 값이 싸고 국산화율이 높아 건설이 용이하다.한반도의 지질조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지선정이나 안전성에 별 문제가 없다.
미국은 물론 일본도 한국형 경수로를 지지하고 있다.한국형의 경우 적지않은 금액의 핵심기자재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와야하기 때문에 일본이 상당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선진국들은 결국 핵확산금지와 경제적 이익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형 경수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약력
▲서울대 문리대 화학과
▲벨기에 갠트대 박사
▲학국 동력자원 연구소장
▲과기처장관
1994-10-2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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