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 내분 갈수록 악화/10일 전당대회 앞두고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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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10-06 00:00
입력 1994-10-06 00:00
◎지구당 93곳 요구… “현실 인정해야”/박대표/“정당한 절차무시”… 일전불사 태세/김 대표

신민당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박찬종공동대표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순직최고위원과 손을 맞잡자 김동길공동대표는 이들에 정면대응할 뜻을 밝혔다.

박대표는 이날 상오 서울가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일 전당대회를 열어 자신을 단독대표로 추대하기로 한 양최고위원측의 결의를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김대표와 양최고위원 사이에서 불분명한 태도를 취해오던 그동안의 행적에서 벗어나 양최고위원쪽에 설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박대표는 『당원의 총의를 따르는 것이 책임있는 대표로서의 자세일 것』이라는 말로 이같은 행보의 변을 밝혔다.

옛 신정계와 양최고위원측 인사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회견에는 김대표측과의 몸싸움에 대비,건장한 청년 50여명이 완장을 차고 회견장 안팎을 지켜 내홍이 극에 이른 신민당의 분위기를 잘 말해줬다.

박대표는 『1백29개 지구당 가운데 93곳의 위원장들이 김대표의 퇴진과 10일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현실이니 만큼 김대표도 이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각서파동·사퇴파동등으로 김대표는 더이상 당내의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그는 이어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단독대표로 추대하면 이를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93개 지구당위원장들의 의사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말로 수락의사를 밝혔다.

한편 김대표측은 같은 시간 여의도 당사에서 당무회의를 열고 『오는 10일 전당대회는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지적하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맞서고 있다.김대표는 『몸을 던져서라도…』『죽기 아니면 살기로…』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가며 이들에 대해 강력 대응할 뜻을 밝혔다.박대표에 대한 배신감도 숨김없이 나타냈다.

양측의 이같은 대립은 대체로 세갈래의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우선 양측이 10일 전당대회전에 타협점을 찾는 길이다.김·박대표 모두 만나는 데는 긍정적이므로 대화의 길은 열려있다.그러나 서로가 자기 주장만 펴다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전당대회 강행으로,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물리적 충돌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그리고 전당대회를 통해 박대표가 단독대표로 추대된다 하더라도 김대표가 당권의 법통을 둘러싸고 법정투쟁을 벌이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그러나 어떤 식으로 귀결이 되든 이번 사태로 박대표는 정치적 도덕성에,김대표는 정치적 지도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진경호기자>
1994-10-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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