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위/“한은독립” 여야 동시 요구(국감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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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9-30 00:00
입력 1994-09-30 00:00
◎금융 자율화·개방대비 위해 필요/“재무부 눈치만 본다” 한은경영진 질책도

29일 한국은행에 대한 재무위의 감사는 역시 「한은 독립」이 최대 이슈였다.의원들은 세계적 추세인 중앙은행의 독립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아직도 재무부의 눈치만 보고 있는 김명호총재를 비롯한 한은경영진의 「소신」에는 의문부호를 던졌다.

나아가 의원들은 한국의 금융부문이 조사대상국 41개국 가운데 39위라고 발표한 스위스 IMD(국제경영개발연구원)의 「94세계경쟁력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금융부문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논리를 폈다.

특히 이날 의원들이 감사장인 한국은행 본관에 도착했을 때 한은노조 간부들이 「한은독립 선거공약을 즉각 이행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고 한은독립을 염원하는 행원일동 명의로 「중앙은행 독립성 보장을 촉구한다」는 유인물이 감사장에 나돌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게 했다.

한은독립의 골자는 현재 재무부장관이 맡고 있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의 한은총재 겸임,한은에 대한 재무부 감사의 감사원 이월,한은총재와 금통위원의 임기보장,금융통화위의 실질권한 강화등.

따라서 의원들의 질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졌다.

첫질의에 나선 박정훈의원(민주)은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통화정책을 재무부관료들이 제멋대로 주무르는 관치금융은 이제 철폐되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고 이철·박은대의원(민주)도 『한은 독립문제는 찬반논쟁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과제』라면서 『한은 독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목청을 돋우었다.박일의원(민주)은 『주인 없는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의 숙원인 한은독립이 이뤄지지 않은데 기인한다』고 비판했고 장재식의원(민주)도 『물가안정과 중립적 통화정책의 운용을 위해서도 한은독립은 절대적』이라면서 『한은총재는 재무부의 눈치만 보지말고 신념을 갖고 한은독립을 추진하라』고 직설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원길의원(민주)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봉급조차 재무부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우회적으로 지급할 수 밖에 없는 한은의 현실이 서글프다』고 자극했고 임춘원의원(신민)은 『한은은재무부의 남대문출장소』라고 한술 더 떴다.

한은독립의 필요성에는 여당의원들도 야당의원 못지 않았다.정필근의원(민자)은 『한은의 운용폭을 넓히고 개방화·자본자유화에 대비,한국은행의 권한을 확대해 새로운 통화지표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간접적으로 한은독립을 촉구했다.박명근·박명환·김범명의원(민자)도 『금융부문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제화·개방화에 대비한 금융자율화를 위해서도 한은독립이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금융시장의 개방화에 앞서 중앙은행의 독립이 최우선과제』라고 주장.노승우의원(민자)은 『한 나라의 통화신용정책이 정부 특히 집권여당의 필요나 정치적 이유에서 조변석개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더욱이 민주당의 박정훈·박은대·이경재의원등은 한은측이 중앙은행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논지로 작성된 국정감사자료를 지난 25일 의원들에게 배포했다가 다음날 서둘러 수거한 경위에 대해서도 따졌다.이의원은 특히 『한은총재가 재무부의 내용수정 요구에 굴복,한은독립의 강한 주장이 담긴 자료를 회수한 촌극』이라고 일갈했고 여기에는 민자당의 박명환·김범명의원도 동조했다.

김명호 한은총재는 답변에서 『국민경제의 건실한 발전을 위해 중앙은행 독립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국회의 한은법개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종태기자>
1994-09-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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