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매체(외언내언)
수정 1994-09-30 00:00
입력 1994-09-30 00:00
이러하니 사람들이 폭력에 무감각해지고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미국의 영상문화가 세계를 지배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는 전세계적인 문제다.
그 한 예가 지난해 영국에서 일어난 11세 소년 두명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다.두 소년은 두살난 아기를 유괴하여 죽이고 철길에 방치해 시체가 토막나도록 만들었다.「사탄의 인형」이란 폭력비디오를 흉내낸 모방범죄였던 것이다.
미국이 세계의 영화·비디오시장을 지배한다면 일본은 만화·컴퓨터게임시장을 지배하는데 그 폭력성은 보다 심각하다.특히 컴퓨터게임은 수동적인 TV나 영화시청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해악이 더 크다.미국에서도 정부차원의 규제요구가 대두되고 있을 정도다.
잇따른 흉악범죄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영상매체의 폭력성이 문제화되면서 「음란·폭력물 유통규제에 관한 법률」제정이 추진되기에 이르렀다.문제는 유통규제를 어떻게 하느냐다.현재도 규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할리우드의 쓰레기 영화·비디오와 일본인 특유의 잔인성을 담은 컴퓨터게임·만화는 범람하고 있다.국산영상마저 수입영상을 뒤좇아 음란·폭력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내에서도 개봉된 미국영화 「로보캅」은 1·2편을 통해 무려 1백13명을 무참하게 살해한다.「다이하드 2」에서는 그 두배가 넘는 2백64명이 비명에 죽는다.잔인한 장면 한두 군데를 잘라내는 식의 소극적인 현재의 심의기준으로는 인명경시의 이런 영화를 막을 수 없다.
또 보호자의 동반을 필요로 하는 R등급이나 17세미만 관람불가인 X등급 미국영화들이 비디오로 나올 때는 10대 청소년까지 무차별로 볼 수 있게 된다.이런 것도 막을 적극적인 규제방안이 나와야 한다.
1994-0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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