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과 국경일/오동춘 시인·외솔회 사무국장(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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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9-25 00:00
입력 1994-09-25 00:00
작년에 어느 국회의원이 중국 북경에 갔다가 미국 교포 한분을 만났더니 대뜸 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느냐고 꽤나 따지듯 말하더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미국사람들을 모아놓고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말하고 한글겨레의 긍지를 느끼면서 한턱 내곤 했다는 것이다.그런데 10월9일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졌으니 무슨 축제의 기분이 나겠느냐고 하면서 꼭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살리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 했다.



1926년 11월4일(음력 9월29일)조선어연구회(현한글학회)주최로 한글반포 4백80주년을 맞아 시내 식도원에서 각계 인사와 지식인 4백여명이 모여 한글사랑 곧 나라사랑의 가갸날(한글날)을 만들어 기념식을 가진 것이 한글날의 시초이다.잔악한 일제시대에 잃은 나라를 되찾고 죽어가는 민족정기를 살리기 위해서도 한글날 제정은 뜻깊고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한글날이 제정되자 만해 한용운은 「가갸날」이라는 축서를 1926년12월7일자 동아일보에 발표하여 민족의식을 북돋우면서 「가갸로 말을 하고 글을 쓰셔요/혀끝에서 물결이 솟고 붓아래 꽃이 피어요」라고 읊었다.제나라 글을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그것도 서양인이 세계에서 한글이 가장 우수한 과학글자라고 칭찬해 주고 있지않는가.그런데도 우리 한글의 귀함을 모르고 한글만 쓰는 것이 쇄국주의니,국수주의니 해가며 한글을 업신여기는 오늘의 최만리 무리가 얼마나 많은가?

오는 10월19일로 탄생 백주년을 맞는 외솔 최현배박사님은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3년의 옥고를 치르고 나와 한글노래를 지었으니 그 2절을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자는/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 있고/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로다/한글은 우리 자랑 민주의 글본/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고 노래하고 있다.이 노랫말처럼 자랑스런 우리 한글을 위해 문민정부는 한글날을 하루속히 온 국민이 다 함께 즐기는 축제의 국경일로 꼭 만들어 주길 바란다.
1994-09-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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