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 세금영수증 뭉치 폐기 확실/횡령규모 파악의 열쇠… 행방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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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9-15 00:00
입력 1994-09-15 00:00
◎5∼6박스분… 분실 불가능/관련자가 고의 없앤듯

무더기로 없어진 인천북구청 세무과 영수증철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분실된 영수증은 이번 세무공무원 세금횡령사건을 총체적으로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뿐 아니라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다른 세무공무원들의 개입여부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관계자들은 세무과에 보관중이던 영수증 가운데 유독 91∼92년 취득세·등록세 영수증철이 뭉텅이로 증발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으며 부정을 저지른 자들이 탄로가 날것이 두려워 증거를 없애기 위해 이를 빼돌렸을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주범격인 양인숙과 안영휘등이 가짜은행직인이 찍힌 허위영수증을 남발해 세금을 가로챈 것이 바로 이 시기 취득세·등록세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따라서 이러한 영수증철이 발견되면 양씨등이 발행한 가짜영수증의 규모와 전체횡령액이 명백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여진다.

북구청 주변에서는 영수증이 발견되면 이번에 밝혀진 횡령액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훨씬 많은 사람들이 개입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그러나 아직까지 영수증철의 행방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북구청 세무과관계자들은 지난해말 세무과 사무실을 본관 1층에서 별관 2층으로 옮길 때 주의부족으로 영수증이 분실된 것같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없어진 영수증은 모두 50여권(영수금액 1천3백억원상당)으로 부피만도 5∼6박스 분량이어서 이같은 단순분실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또한 관공서에서 취급하는 각종 서류는 1년이 지난 뒤에는 청사 옥상에 별도로 마련된 문서창고에 보관하여야 하는데 왜 세무과에서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시효가 지난 91·92년분 영수증을 갖고 있었느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이에따라 세무과 직원들이 자신들의 범죄사실을 숨기기 위해 영수증철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폐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초동수사한 경찰은 뒤늦게야 영수증이 없어진 사실을 눈치채고 창고확인등 형식적인 수사만 벌이다 13일 사건일체를 검찰로 송치해 본질을 벗어난 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검찰 또한 관련자소환등 방증수사에만 주력할뿐 이번 사건 해결의 본질이 될수 있는 영수증 찾기에는 소홀한 인상이다.<김학준기자>

◎장영자씨 흉내낸 양인숙/구청내서 동료에게 돈잘써 「여장부」로 통해/활달한 성격… 수억대 고리대금업까지 벌여

인천공무원 세금착복사건의 주범 양인숙씨(29)의 행각은 한때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큰손 장영자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양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한결같이 양씨의 통큰 기질과 씀씀이를 기억하면서 이같은 엄청난 일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녀가 남다른 대담성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씨는 남자같은 외모에 성격이 활달하고 무슨 일에나 나서기를 좋아해 북구청안에서는 「여장부」로 통했다.보스기질이 강해 후배여직원들을 장악하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남자직원들도 양씨를 어려워 할 정도였다.동료들에게 돈도 잘써 인심도 잃지 않았다.특히 양씨는 지난 91년 김모씨(31)와 결혼하면서 주위에 굉장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처럼 떠벌렸는데 실제는 김씨가 「백수건달」에 가까운 무능력자임이 드러나기도 했다.이에 자존심을 크게 상한 그녀가 한탕에의 강한 유혹을 느꼈을 것이라고 수사관계자들은 말한다.

장영자씨가 두둑한 배짱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듯이 양씨도 뱃심하나로 손쉽게 납세자의 돈을 자기주머니에 챙겨넣었다.납세자에게 돈을 받은뒤 엉터리 납세필증을 발행해주고 납세장부에는 세금을 낸 것처럼 기록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어서 간큰 양씨에게는 전혀 어려울 바가 없었다.

돈이 불어나자 양씨는 2채의 고급아파트와 2대의 승용차를 구입하고 남편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 북구 작전동에 1억원대의 사무실을 마련해주기도 했다.검은 돈으로 수억원대의 고리대금업을 벌일 만큼 대담성을 보였던 양씨야말로 손도 크고 간도 큰 여자였음이 틀림없다.<조덕현기자>
1994-09-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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