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4역배석 청와대 주례회동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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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28 00:00
입력 1994-08-28 00:00
◎당 친정 강화… 지도체제 「잡음」 차단/당무 총론보다 각론 세세히 언급/김 대표 위상 「모종의 변화」 관측도

김영삼대통령이 27일 민자당 김종필대표와의 주례회동에서 처음으로 4역을 배석시킨 것은 당 운영에서의 새로운 변화를 읽게 해주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당면한 현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김대표와 4역들로부터 당무보고를 받은 뒤 당부한 내용은 그전처럼 다분히 총론에서 그치지 않고 세부적인 각론에 관한 것이었다.현안들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진단하고 해결책을 직접 제시했다.회의도 김대통령이 스스로의 구상을 얘기하면서 의문나는 점이 있으면 4역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대통령은 회의에서 당무위원및 시도지부위원장 개편에 대해 『당의 현대화와 체질 개선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의 흑자편성과 공정거래법에 대해 그 중요성을 역설하고 반드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세계무역기구(WTO) 가입안의 국회 비준 처리문제를 포함,헌법재판소장의 인선,가뭄피해 극복,기업체의 공산품 인하 등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모두가 관례인 「말씀자료」도 없이 진행됐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변모는 당과 국회문제를 직접 챙기려 하는 뜻을 엿보이게 한다.내년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측면도 있겠지만 새로운 당 운영스타일을 선보인 것만은 분명하다.이런 회의를 앞으로도 계속할 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하지만 최소한 중요현안이 있을 때는 종종 열릴 것으로 전망하기에 별로 무리가 없는 것 같다.

김대통령이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유에 대해 문정수사무총장은 두가지 측면으로 설명했다.당의 체제정비가 마무리됨에 따라 총재로서 결속과 새 출발의 계기를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는 것이 첫째다.정기국회를 앞두고 WTO 가입안의 처리문제등 산적한 현안을 차질없이 해결하도록 미리 점검한 의미도 있다고 했다.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와 함께 최근 여권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미루어 볼때 자신이 직접 「교통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김대통령은 최근 「4인방체제」등이 언론에 부각되자 진노했다는 후문이다.특히 지도체제의 개편설등 총재의 의중과 합치되지 않는 일부 인사들의 무절제한 발언으로 비롯된 여권내부의 분열상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는 것 같다.김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의를 자제하라』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이 이처럼 당무를 직접 챙기고 나섬으로써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김대표의 위상변화 여부다.김대통령은 이날 『당 간부들이 김대표를 중심으로 해나가라』고 당부했다.여느 때처럼 김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이다.회의가 끝난 뒤에는 김대표와 단독으로 회동함으로써 그의 위상이 약화되는 것처럼 비쳐지지 않도록 배려했다.문정수사무총장과 이한동원내총무는 『오늘 회의는 김대표의 위상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하고 『당 조직 개편후 잘 해나가라고 당부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대표의 위상이 전처럼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지부 위원장에 실세급 중진들을 포진시킨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란 풀이도 있다.<박대출기자>
1994-08-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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