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째 겉도는 「한양합리화」/우득정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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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10 00:00
입력 1994-08-10 00:00
법원은 작년 5월 한양의 재산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한양의 산업합리화업체 지정 문제는 그 이후 지금까지 15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새정부 이후 첫번째로 맞은 부실기업 처리라는 점도 있지만 80년대에 단행된 무리한 합리화 정책의 후유증이 정책당국자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특혜시비로 얼룩졌던 80년대의 정책과 달리 문민정부다운 「논리」를 내세우고 싶은 게 당국자들의 욕심일 것이다.도랑도 치면서 가재도 잡고 싶은 셈이다.

그러나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챙길 수 있을 것 같은 모범답안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당국자들이 양수겸장의 묘안에만 골몰하는 동안 하도급 업체의 부도가 늘어나며 한양의 소생기회가 더욱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세월이 약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정책결정을 미뤄 온 결과이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지난 주 합리화 지정으로 결국 부담을 지게 되는 불특정 다수의 국민의 동의를 얻는 절차로,당사자들의 「피눈물 나는」 자구노력을 촉구했다.죽도록고생을 시켜야 재범을 하지 않는다는 징벌효과를 노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물론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듯 하다.문제의 핵심은 한양을 부도처리할 수 없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거대 기업이 쓰러질 때의 후유증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다.결국 해결책은 어떻게 하면 특혜시비를 줄이면서 한양을 살릴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특혜 및 명분 문제는 이미 지난 해 재산보전 신청 당시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는 선례를 막기 위해 기업주(배종렬 전 회장)를 경영에서 완전 배제시킨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인수주체 역시 공기업인 주택공사이므로 부실기업 정리 방식이 과거와 달라진 것 또한 분명하다.

지난 날 경제부처의 장관을 지낸 L씨는 『1백%가 충족되기를 기다리다가 잃는 기회비용과,51%가 옳다고 선택했을 경우의 위험을 비교하면 51% 정책의 신속성을 택하겠다』고 말했다.정책의 결정권을 쥔 고위 당국자들이 되씹어 볼만한 교훈이다.
1994-08-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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