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신작 장편소설/「그는 나에게 지타…」(이작가 이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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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04 00:00
입력 1994-08-04 00:00
「경마장」의 작가 하일지(39)가 사랑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을 시도한 신작 소설을 펴내 화제다.
장편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세계사간).
이 작품은 지금까지의 비교적 묵직한 작품세계에서 일탈해서 가장 평범하면서도 다루기 힘든 「사랑」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 중년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완전한 것은 쉽게 잃게된다」는 사랑의 허무함과 안타까운 속성을 다소 비극적인 색조로 그려낸 흐름이다.
하일지는 90년초부터 경마장 타이틀의 소설 5편을 잇따라 발표,「경마장시절」의 용어를 만들어낸 장본인.
신작 「그는…」은 지금까지의 그의 소설과는 주제면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만 분위기는 어둡고 쓸쓸한 바탕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련의 경마장 소설들이 현대인의 위기와 고독함을 우울한 분위기로 그렸다면 이 소설은 「지타」라는 이상의 여성을 무의식적으로갈망하는 40대 독신남자의 허무주의적 삶을 통해 참 사랑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주인공이 사랑하던 여인을 형에게 빼앗기고 이국땅에서 고국을 등지고 살아가다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귀국하는데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이국에서 고생끝에 공학박사로 성공했지만 대신 나빠진 몸을 추스리려 휴양차 떠난 제주도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된다.
청년기에 입은 사랑의 상처와 애인을 앗어간 형에 대한 악감정등 과거의 아픔과 상실감을 만회하며 맹목적으로 이 여인에 가까워지지만 자신이 애타게 마음속에 그려왔던 이 이상의 여인(지타)은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끝에 죽게되는 비극이다.
형에게 빼앗기는 애인,그리고 옛 애인이던 형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조카이자 아들,조카와 주인공의 삼각관계등 통속적인 부분이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좌우하지만 『결국 삶도 허구이며 그 삶속에서의 사랑의 가치는 위대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해 묘한 맛을 남긴다.
사랑은 인간들의 상호관계속에 이뤄지고 허물어지지만 사람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다가서며 또 이 운명은 개개인의 천부적인 성품에 크게 좌우된다는 작가의 견해를 작품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인간은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내면적 풍경을 나름 나름으로 가지고 있을 수 도 있다.인간의 내면적 풍경이란 물론 외부적 환경에 의해 형성될 수 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천부적이라고 말할 수 도 있을 그런 내면적 풍경을 문학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
결국 인간 개개인이 갖고 사는 타고난 천성에 따라 사랑의 형태가 결정지어진다는 작가의 설명이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회색빛으로 풀어내 오던 그가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사랑의 테마로 엮어낸 또 다른 경마장 소설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김성호기자>
1994-08-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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