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자금시장 크게 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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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04 00:00
입력 1994-08-04 00:00
◎은행 대출 거의중단… 투금·투신도 “돈가뭄”/한은 “통화관리 강화”에 금융권 볼멘소리

자금시장이 난기류에 휩싸였다.단기자금 지표인 콜금리가 법정 최고한도인 연 25%까지 치솟고 그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장기 금리조차 상승세를 타 「고공 비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은행들은 대출을 전면 중단,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으며 투자금융·투신 등 제 2금융권 또한 「돈가뭄」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금융기관끼리 단기자금을 주고 받는 하루짜리 콜금리는 지난 달 25일 연 12∼13%에서 3일 25%로 급등했다.지난 2월 20%까지 육박했으나 25%는 최근 3년간 처음이다.

장기 지표인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 수익률도 12.73%선에서 3일 12.85%로 올랐으며 양도성예금증서(CD)의 유통 수익률도 15%를 넘어 시중 금리 전체가 동반 상승했다.

자금시장이 심상치 않자 은행들은 1일부터 대출을 전면 중단한데 이어 투신사에 예치했던 4조원 남짓의 자금 환수에 나섰다.일부 대기업은 은행에서 당좌대출을 받아 콜 시장에서 6∼7%의 금리차익을 내고 운영하는 등자금시장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은행들이 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하다 지준이 부족하자 2금융권에서 자금을 긴급 조달,금리가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은행의 당좌대출 한도는 지난 달 말 17조원을 넘어 지난 해보다 14% 이상 늘었으며 7월중 민간 여신도 5조∼6조원으로 추정된다.주식투자 등 재테크에 열중한 것도 사실이다.이에 따라 통화량 증가율은 올해 목표치인 16%를 넘었고 은행들은 지준 부족액이 7조원에 이른다.

따라서 한은은 지준관리를 강화,하반기 통화운영에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특히 하반기에는 해외 및 재정부문에서의 통화 증대가 예상되고 가뭄으로 물가 불안도 우려,미리 통화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들은 통화관리에 일관성이 없다고 볼멘 목소리이다.당초 올해 총통화(M₂)증가율을 14∼16%로 유지하기로 한 뒤 갑자기 14%로 낮추면 자금 수급계획을 세우는 데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대출을 늘린 것은 실명제 실시 이후 통화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며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을 때 대출을 늘리는 것은 금융기관의 생리라는 주장이다.

또 한은이 통화를 죄는 것은 자체 자금 시장보다 물가 등 실물 경제에만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금융계는 지준 마감일인 6일까지 자금시장의 경색이 계속되고 가계대출은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본다.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시속 1백㎞를 달리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뒤틀리는 법』이라며 무리한 통화 억제보다 예측할 수 있는 통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백문일기자>
1994-08-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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