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집단항의… 러 전국이 “벌집”/「MMM」사 파산의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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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8-02 00:00
입력 1994-08-02 00:00
◎주가 15만루블짜리가 사흘새 9백루블로 대폭락/일확천금이 재앙으로… 시장경제도입 값비싼 대가

러시아가 시장경제 개혁시험을 시작한 이래 최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해 연일 러시아 전국이 들끓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6일 러시아 최대 투자금융회사인 MMM(창업주인 Mavrodi 3형제의 성을 딴 것)사가 주식시장에서 자사주식의 거래를 중지시키면서 시작,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왔다.이 회사의 주식보유자수는 자그만치 1천만명에 달한다.곧이어 주가가 떨어지면서 25일까지 15만루블(약 75달러)에 거래되던 MMM의 주식은 불과 3일만인 28일 9백50루블(50센트)로 급락했다.

정부에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주가가 계속 급락하자 성난 투자자 수만명이 연일 MMM본사와 모스크바시내 지점들에 몰려가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시내 바르샴스카야가에 있는 MMM본사 주변은 지하철역 주변,전화부스,도로변을 이들이 완전 점령,아수라장을 연출했다.회사대표인 세르게이 마브로디회장은 지난 29일 투자자들 앞에 나와 결국 『회사로선 더이상 손쓸 여력이없다』며 사실상 파산선고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29일자를 기해 주식거래는 일단 정상화한다고 밝혔다.매매가액은 1천루블.불과 수일전 15만루블이던 주가가 1천루블로 떨어진 것이다.MMM사측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엔 현재 『파산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부류와 『투자자들이 외면하지 않는다면 재기할 수 있다』는 부류로 전망이 나누어져 있다.

MMM사의 성공은 자본주의의 초입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러시아 보통사람들 사이엔 바로 전설같은 이야기였다.이 회사는 금년 1월초에 설립돼 주가예고제와 인기탤런트를 출연시킨 호화 TV광고 덕분에 불과 반년만에 러시아내 최대 투자회사로 자리를 잡았다.수개월만에 매매가격이 2천6백% 올랐고 MMM 주식은 곧 「일확천금」의 대명사가 됐다.

갑자기 자사주식에 대해 매매중지를 시킨 MMM사측의 처사에는 의문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그러나 현재 러시아정부는 이런 금융회사들을 관리·규제할 법적 뒷받침이 돼 있지 못하다.러시아당국은 지난 3월부터 MMM사가 장외주식거래를 하는 사실을 적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1천만명의 피해자가 생긴 사건인데도 아직 수사도 시작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는 두고볼 일이다.하지만 러시아국민들은 일확천금이 하루아침에 재앙으로 바뀔 수도 있고 또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던 시절은 분명 지났다는 값비싼 교훈 하나를 또 얻었을 것같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4-08-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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