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시대의 동북아 안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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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27 00:00
입력 1994-07-27 00:00
아세안의 제1차 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고있는 한승주외무장관은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남북한을 포괄하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NEASD)창설을 공식 제의했다.탈냉전이후 불확실의 유동상태를 지속하고있는 동북아및 한반도 안보환경 개선을 위한 우리정부의 주도적 외교이니셔티브다.

우선은 국방백서 교환토의,재래무기 자료제공,국방관계자회의 정례화,군관계자및 군함 교환방문등 덜 민감하고 기초적인 협력에서부터 시작해 안보면에서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장기적으로는 ARF와의 보완협력을 통해 유럽군축및 평화정착에 지대한 공헌을 한것으로 평가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아시아판 안보기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옛소련의 해체와 중국의 개방개혁및 미국의 아시아로부터의 상대적 후퇴,그리고 일본의 적극적인 정치·군사대국화 지향 등으로 탈냉전이후의 아시아,특히 동북아시아 안보상황은 질서재편의 과도기적 공백상태를 노출하고 있다.특히 중국과 일본의 21세기를 겨냥하는 아시아패권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새로운 질서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반도는 바로 그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구한말의 과도기적 새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열강들에게 압도당함으로써 망국과 분단및 전쟁을 거치면서 오늘날까지 우리가 감수해야 했던 민족적 손실과 낭비,겪어야 했던 비극을 생각하면 이제 또다시 시작되고있는 새질서형성에 적극 참여하고 주도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구한말과는 달리 우리는 지금 정치·경제적으로 우리 환경을 어느정도는 우리 뜻대로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힘과 능력도 갖추고 있다.잘만 하면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설수 있고 미국과 러시아를 활용할 수도 있는 중심적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문제는 그것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혜롭게,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느냐라고 생각한다.NEASD창설제창은 그런 의미의 노력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관계의 차원에서도 그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구상일 수 있다.사실 동북아안보의 핵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리고 NEASD는 남북한의 안보에 대한 국제적 보장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북한이 체제안보 수단으로서의 핵개발을 포기할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서도 효과적일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생각한다.

북한의 참여는 핵문제가 해결된 이후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밝혀진 이상 북한은 하루속히 핵투명성을 보장하고 NEASD같은 기구를 통한 체제안보의 국제적 담보를 확보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1994-07-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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