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 입체작전… 천재 이긴다/가뭄 극복현장 전북 김제 황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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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26 00:00
입력 1994-07-26 00:00
◎고추밭 수분증발 막게 풀 덮어/민/암반관정 20여개 서둘러 뚫어/관/헬기동원,인근저수지 물날라/군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중심부 전북 김제군 공덕면 황산리 들녘.

이 마을의 농업용수원인 배달제에는 25일 이른 새벽부터 군부대에서 지원나온 UH­1H 헬기 두대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한 마을주민들의 환호아래 인근 백산저수지에서 연신 물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수량이 충분해야 할텐데….자 이곳 작업은 군인들에게 맡기고 각자 양수작업을 하러가세』극심한 가뭄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호남 최대의 곡창에 자리잡은 이 마을 역시 최근 한달남짓 계속된 가뭄으로 벼가 벌겋게 말라들어가자 한방울의 물이라도 논으로 끌어대기 위해 초비상이 걸렸다.

『앉아서 비를 기다릴 수 만은 없지 않습니까.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지요』마을주민들은 비가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은채 갈수록 가뭄이 극심해지자 이른 새벽부터 물이 있을만한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 물수색에 나서고 있다.용수원의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밭에는물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하자 타들어가는 고추밭에는 수분증발을 막기 위해 이른 아침과 저녁시간을 이용,밭두렁의 풀을 베어 덮어주는 방법까지 고안해 냈다.

이처럼 주민들의 처절한 물수색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관할 농조인 동진농조에서는 그래도 물사정이 좀 나은편인 김제군 백산면의 백산제에서 공덕면지역의 농경지에 물을 댈수 있도록 5백㎜송수관의 긴급 매설작업을 펴 지난 23일 밤늦게 완료했다.

또 면은 20여개의 긴급 관정개발공사에 나섰으며 25일 새벽부터는 군부대의 헬기 지원아래 백산저수지의 물수송에 나서는등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입체적인 가뭄대책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그러나 『군의 헬기지원은 더할 나위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마냥 거기에 의존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평소 같으면 농사용 허드렛물로 그냥 흘려보내는 인근의 용암천에 다시 양수기를 갖다 댔다.10분도 못돼 물이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허다하지만 주민들은 결코 실망하는 빛도 보이지 않은채 서로를 격려하며 물찾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어려운 때일수록주민 서로가 돕고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해야지요』

황산리 동리마을 이장 유인봉씨(64)는 『땀을 흘리면 흘린 만큼 하늘이 반드시 도와준다는 것이 40년 농사를 지어오면서 체득한 경험』이라고 말했다.결국 이날 하오 이틀전 농조측이 완공한 송수관 덕분에 황산리의 배달제에는 물이 흘러 나오고 헬기의 긴급 물수송작전까지 맞물려 물은 조금씩 불어났으며 인근의 50여◎에 이르는 농경지는 점차 젖어 들어갔다.<김제=조승용기자>
1994-07-2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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