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정책 “큰변화 없다”/평양방송 “3원칙·10강령고수”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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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1994-07-19 00:00
입력 1994-07-19 00:00
김정일체제의 성격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평양방송이 김정일이 김일성의 통일노선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평양방송은 김정일이 아버지의 「혁명위업」을 계승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한편 통일문제는 7·4공동성명의 3대원칙과 이른바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방송내용이 김정일의 의중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대남정책이 획기적으로 유연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자주·평화·민족대단결 등 평화통일 3원칙이 우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으로 사용됐다는 점에 근거를 두고있다.북한이 주장하는 자주의 개념은 곧 외세추방,즉 주한미군 철수를 뜻하며 민족대단결도 우리측 정부당국과 민간을 분열시키기 위한 「통일전선」형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직접 작성했다는 「10대강령」도 미사려구로 포장하고 있긴 하나 여기에는 우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4개항의 실천적 요구가 반드시 부가된다는 데서 마찬가지 맥락이다.즉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핵우산 탈피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김정일이 선대의 대남정책을 답습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그의 지도력과 권력기반이 근본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당분간 그는 자신의 권력공고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처지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남북관계에서도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양면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다수의 북한전문가들의 전망이다.다시 말해 북한은 한국이 바라는 이산가족 교류를 포함한 전면적인 인적·물적 교류는 가능한한 피하면서 자본합작을 통해 「익명의」 한국자본을 유치하는 제한된 경제교류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한국자본을 끌어들인다 하더라도 나진·선봉 경제특구라는 제한된 울타리안에,그것도 가능한한 한국의 직접투자가 아닌 중국 등과의 합작형태를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구본영기자>
1994-07-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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